"한국 투자 용이하게…750만 재외동포 손톱 밑 가시 뽑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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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인터뷰 - 이기철 초대 재외동포청장
재외동포-한국 '동반 성장관계'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 위해
동포 네트워크는 꼭 필요한 자산
법무무·국세청 등 타부서와 협업
세금 문제 등 실질적 도움 줄 것
한글교육 프로그램 대폭 확대
재외동포-한국 '동반 성장관계'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 위해
동포 네트워크는 꼭 필요한 자산
법무무·국세청 등 타부서와 협업
세금 문제 등 실질적 도움 줄 것
한글교육 프로그램 대폭 확대
“750만 재외동포는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산이자 동반자입니다.”
지난달 출범한 재외동포청의 초대 수장을 맡은 이기철 청장은 지난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외동포와 한국은 ‘동반 성장 관계’라고 강조했다. ‘검은 머리 외국인’ 등 부정적인 시선이 일각에 존재하지만, 조국이 재외동포를 보듬어준다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750만 재외동포가 현지에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한국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청장은 네덜란드 대사와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지낸 외교관 출신이다. 그는 “재외동포 사업가들이 한국에서 사업하거나 투자하는 게 절차적으로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다른 부처와도 협의해 투자가 용이하게끔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명 후 한 달여간 근무한 소감을 말씀해주십시오.
“수십 년간 750만 재외동포의 염원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설립된 재외동포청의 청장으로 임명돼 엄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만큼 긴장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한 달은 동포사회 지도자들과 만나고 의견을 청취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해외 공관장으로 일한 경험이 업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주네덜란드 대사와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하면서 동포사회의 목소리를 잘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LA총영사 재직 시 매일 아침 재외동포 관련 기사 스크랩을 정독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민원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불만을 기사로 접했고, 매일 두 번씩 현장에 가서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바쁜 날에는 운전기사까지 현장에 투입시켰습니다. 그 결과 대기시간을 2시간에서 20분으로 줄였습니다. 지금도 매일 아침 재외동포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고 이를 바탕으로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이 아니라 동포를 돕는 과정에 느낄 수 있는 보람은 무엇입니까.
“재외동포 업무는 재외국민 업무와 함께 외교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재외동포와 관련해 불합리한 제도가 눈에 보이면 외국 정부나 본국 정부를 설득해 해결방안을 모색했고 성과가 나올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구체적으로 도움을 준 사례가 있나요.
“네덜란드 대사로 일할 당시 현지 정부의 지원금이 절반으로 삭감돼 로테르담 한인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한 적이 있어요. 현지 교민 사회에서도 대사관이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로테르담투자청장을 찾아가 ‘한국인들의 교육열이 얼마나 높은지 아느냐. 만약 폐교되면 한국 기업들이 철수를 고려할 것이고 로테르담도 손해보는 장사다’라고 설득해 결국 학교를 지켰습니다. 동포들은 ‘조국이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며 환영했습니다.”
▷재외동포 2, 3세로 내려갈수록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옅어지고 있습니다.
“차세대 동포들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한글 교육과 모국 초청연수 사업을 계속 강화해나가겠습니다.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최초로 ‘30-50 클럽’(인구 5000만 명 이상, 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 국가)에 가입했다는 한국의 성공 신화를 널리 알린다면 차세대 동포들이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정체성을 함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재외동포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재외동포청이 살펴봐야 할 중요한 지점입니다. 재외동포 중에는 고려인 등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해외로 나가게 된 분들도 있습니다. 과거에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도운 분들도 있고, 현재 거주국과 대한민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도 해왔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재외동포 지원이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인가요.
“조국이 재외동포를 보호하고 지원하면 동포들은 현지에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조국을 위해 좀 더 힘을 써주지 않겠습니까. 과거에는 재외동포 정책이 국가가 동포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원해주는 시혜적인 차원에서 이뤄졌는데, 앞으로는 재외동포와 조국이 동반 성장하기 위해서 협력하고 상생하는 관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재외동포 사업가들의 한국 투자 확대도 필요해 보입니다.
“재외동포 사업가들이 한국에서 사업하거나 투자하는 게 절차적으로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다른 부처와도 협의해 투자가 용이하게끔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전 세계 동포 경제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서 재외동포 경제인과 국내 기업을 매개해주는 역할도 수행하겠습니다.”
▷출입국 문제, 세금 문제와 같이 법무부, 국세청 등 다른 부처와 협업이 필요한 일이 많은데 협업 체계는 어떻게 마련할 계획입니까.
“재외동포청은 동포들의 민원을 접수하면 여러 부처에 협조 요청을 한 뒤 결과를 취합해 다시 동포들에게 전달하는 대행 업무를 합니다.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다른 부처와 협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 과정에서 재외동포청은 최대한 재외동포의 대변자 역할을 수행하겠습니다.”
▷이민 정책과 관련해서도 재외동포청이 역할을 할 부분이 있을까요.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기본법상 외국 국적 재외동포의 국내 출입국 편의 및 국내에서의 경제·사회·법적 편익 증진을 위한 정책을 수립, 시행하게 돼 있어 이 부분에서 이민 정책과 접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재외동포의 국내 정착 지원이 국내외적으로 조화롭게 시행될 수 있도록 재외동포청이 역할을 해나가겠습니다.”
▷임기 중에 꼭 해내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처음 출범한 조직인 만큼 재외동포청의 방향과 제도, 시스템을 잘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또 차세대들이 조국에 대한 정체성과 자긍심을 갖도록 하고 손톱 밑 가시를 빼 실질적 도움을 주는 재외동포청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지난달 출범한 재외동포청의 초대 수장을 맡은 이기철 청장은 지난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외동포와 한국은 ‘동반 성장 관계’라고 강조했다. ‘검은 머리 외국인’ 등 부정적인 시선이 일각에 존재하지만, 조국이 재외동포를 보듬어준다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750만 재외동포가 현지에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한국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청장은 네덜란드 대사와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지낸 외교관 출신이다. 그는 “재외동포 사업가들이 한국에서 사업하거나 투자하는 게 절차적으로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다른 부처와도 협의해 투자가 용이하게끔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명 후 한 달여간 근무한 소감을 말씀해주십시오.
“수십 년간 750만 재외동포의 염원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설립된 재외동포청의 청장으로 임명돼 엄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만큼 긴장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한 달은 동포사회 지도자들과 만나고 의견을 청취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해외 공관장으로 일한 경험이 업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주네덜란드 대사와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하면서 동포사회의 목소리를 잘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LA총영사 재직 시 매일 아침 재외동포 관련 기사 스크랩을 정독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민원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불만을 기사로 접했고, 매일 두 번씩 현장에 가서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바쁜 날에는 운전기사까지 현장에 투입시켰습니다. 그 결과 대기시간을 2시간에서 20분으로 줄였습니다. 지금도 매일 아침 재외동포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고 이를 바탕으로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이 아니라 동포를 돕는 과정에 느낄 수 있는 보람은 무엇입니까.
“재외동포 업무는 재외국민 업무와 함께 외교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재외동포와 관련해 불합리한 제도가 눈에 보이면 외국 정부나 본국 정부를 설득해 해결방안을 모색했고 성과가 나올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구체적으로 도움을 준 사례가 있나요.
“네덜란드 대사로 일할 당시 현지 정부의 지원금이 절반으로 삭감돼 로테르담 한인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한 적이 있어요. 현지 교민 사회에서도 대사관이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로테르담투자청장을 찾아가 ‘한국인들의 교육열이 얼마나 높은지 아느냐. 만약 폐교되면 한국 기업들이 철수를 고려할 것이고 로테르담도 손해보는 장사다’라고 설득해 결국 학교를 지켰습니다. 동포들은 ‘조국이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며 환영했습니다.”
▷재외동포 2, 3세로 내려갈수록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옅어지고 있습니다.
“차세대 동포들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한글 교육과 모국 초청연수 사업을 계속 강화해나가겠습니다.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최초로 ‘30-50 클럽’(인구 5000만 명 이상, 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 국가)에 가입했다는 한국의 성공 신화를 널리 알린다면 차세대 동포들이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정체성을 함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재외동포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재외동포청이 살펴봐야 할 중요한 지점입니다. 재외동포 중에는 고려인 등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해외로 나가게 된 분들도 있습니다. 과거에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도운 분들도 있고, 현재 거주국과 대한민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도 해왔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재외동포 지원이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인가요.
“조국이 재외동포를 보호하고 지원하면 동포들은 현지에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조국을 위해 좀 더 힘을 써주지 않겠습니까. 과거에는 재외동포 정책이 국가가 동포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원해주는 시혜적인 차원에서 이뤄졌는데, 앞으로는 재외동포와 조국이 동반 성장하기 위해서 협력하고 상생하는 관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재외동포 사업가들의 한국 투자 확대도 필요해 보입니다.
“재외동포 사업가들이 한국에서 사업하거나 투자하는 게 절차적으로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다른 부처와도 협의해 투자가 용이하게끔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전 세계 동포 경제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서 재외동포 경제인과 국내 기업을 매개해주는 역할도 수행하겠습니다.”
▷출입국 문제, 세금 문제와 같이 법무부, 국세청 등 다른 부처와 협업이 필요한 일이 많은데 협업 체계는 어떻게 마련할 계획입니까.
“재외동포청은 동포들의 민원을 접수하면 여러 부처에 협조 요청을 한 뒤 결과를 취합해 다시 동포들에게 전달하는 대행 업무를 합니다.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다른 부처와 협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 과정에서 재외동포청은 최대한 재외동포의 대변자 역할을 수행하겠습니다.”
▷이민 정책과 관련해서도 재외동포청이 역할을 할 부분이 있을까요.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기본법상 외국 국적 재외동포의 국내 출입국 편의 및 국내에서의 경제·사회·법적 편익 증진을 위한 정책을 수립, 시행하게 돼 있어 이 부분에서 이민 정책과 접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재외동포의 국내 정착 지원이 국내외적으로 조화롭게 시행될 수 있도록 재외동포청이 역할을 해나가겠습니다.”
▷임기 중에 꼭 해내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처음 출범한 조직인 만큼 재외동포청의 방향과 제도, 시스템을 잘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또 차세대들이 조국에 대한 정체성과 자긍심을 갖도록 하고 손톱 밑 가시를 빼 실질적 도움을 주는 재외동포청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