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株 밀어올릴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野, 반기 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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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작년까진 관련법 제정 합의한 분위기였지만
원전 '계속 운전 허용' 두고 논쟁, 처리 지지부진
통과 땐 신규 원전 건설로 원전 생태계 회복 기대
현재 1만8000에 달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원전 내 임시저장 시설에 보관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임시 저장시설 용량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한울원전(2031년), 고리원전(2032년) 등 순차적으로 원전 내 임시저장 시설이 포화상태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곧바로 영구 처분시설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구 처분시설을 구축하는 데는 △부지 선정(13년) △지하 연구시설 건설 및 실증 연구(14년) △영구 처분시설 건설(10년) 등 37년이 필요하다. 영구 처분시설을 건립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중간 저장시설을 구축해야 하는데, 원전 내에 중간 저장시설을 설치하는 데도 최소 7년이 소요된다.
특별법 제정이 미뤄지면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직면할 수 있다. 이는 곧 전기요금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이어진다. 김규성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전략기획관이 지난달 고준위 특별법 연석회의에 참석해 "원전이 전력 수급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의 혜택만 받고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은 혜택만 누리고 미래세대의 부담은 키우는 것"이라고 우려한 배경이다.
지난해 8월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세 법안 모두 △고준위방폐물 관리위원회 설치 △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절차 △처분장 유치지역 지원체계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 설치 절차 등을 공통으로 담고 있다. 그런데도 법안은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고 있음에도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쟁점은 저장용량이다. 민주당은 원전 설계 수명인 40년어치 폐기물만 저장할 수 있도록 용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노후 원전이라도 안전성 검토를 거쳐 수명 연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의원안은 저장용량을 '설계수명 중 발생량'으로 명기했지만, 이인선·김영식 의원안은 '운영 허가 기간 중 발생량'으로 명기하고 있다. 결국 방폐물 처리장 구축을 위한 특별법이 원전의 '계속 운전'을 허용하느냐에 관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 쟁점은 중간 저장시설과 영구 처분시설 운영 시점을 명시하느냐 여부다. 김영식 의원안은 중간 저장시설을 2043년, 영구 처분시설을 2050년에 운영하도록 하고, 기존에 부지 내에 임시 저장돼 있던 사용후핵연료를 2043년에 중간 저장시설로, 2050년에는 영구 처분시설로 이전하도록 하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원전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 시점을 명확히 할 것을 원하고 있다.
주요 원전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 지역구에 포진해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지 않는 이유로 지적된다. 원자력 발전소를 품고 있는 5개 지방자치단체(울진군·경주시·영광군·기장군·울주군)들은 최근 국회를 방문해 "원전 소재 지역 주민들은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전까지 부지 내에 임시 저장된 사용후 핵연료와 함께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탈핵 단체들은 "특별법이 통과되면 고리 원전 등이 영구 핵폐기장으로 변하는 것은 물론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의 도구로 쓰일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야 간 이견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연내 관련법 처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관련 법이 통과된다면 국내 원전 생태계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국내 신규 원전 가동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해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33년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2050년까지 14기의 원전이 설계수명 50년을 넘길 전망"이라며 "기존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등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 등이 있지만 더디게 진행되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전력시장 내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원전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 수립에 조기 착수해 신규 원전을 포함한 전력 공급 능력 확충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전 폐기물 관련 스몰캡 기업 중에서는 대창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다. 선박용 엔진에 탑재되는 구조물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지만, 제품 다변화를 통해 원전 폐기물 용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 브루스 발전소에 폐기물 처리 용기를 납품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원전 폐기물 용기의 잠재 시장 규모는 연간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원전 '계속 운전 허용' 두고 논쟁, 처리 지지부진
통과 땐 신규 원전 건설로 원전 생태계 회복 기대
지난해 4월 증시에서는 원자력 생태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탈(脫)원전 정책 폐기가 기정사실로 되면서다.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을 가속화시킨 법안도 있었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탈원전 정책 폐기로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며 관련 법안 제정 의지를 드러냈다. 인수위에서 관련 발언이 나온 후 원전 기업들의 주가는 또 한 번 상승세에 올라탔다. 원자력 발전 육성을 위한 정부의 로드맵이 구체화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뭐길래
특별법은 방사성 폐기물 영구 처분시설 구축을 위한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분용기에 밀봉한 후 땅속 500~1000m 지점까지 터널을 뚫어 영구히 격리하는 것이다. 정부는 1980년대부터 방폐장 부지 선정에 나섰지만, 고준위 방폐장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다.현재 1만8000에 달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원전 내 임시저장 시설에 보관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임시 저장시설 용량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한울원전(2031년), 고리원전(2032년) 등 순차적으로 원전 내 임시저장 시설이 포화상태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요
- 호재 예상 기업: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한전KPS, 일진파워, 비에이치아이, 우진, 대창솔루션 등
- 발의: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원실 : 02-784-6271),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의원실 : 02-784-7610),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의원실 : 02-6788-6246)
- 어떤 법안이길래
=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중간 저장시설 및 영구 처분시설 설립의 법적 근거 마련
= 고준위 방폐물 영구 처분시설에 대한 부지 선정 및 유치 지역 주민을 위한 지원 체계 마련 - 어떻게 영향 주나
= 원전 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임시저장 시설이 2030년부터 포화상태에 다다를 예정.
= 특별법이 통과되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로드맵이 세워지면서 국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
문제는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곧바로 영구 처분시설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구 처분시설을 구축하는 데는 △부지 선정(13년) △지하 연구시설 건설 및 실증 연구(14년) △영구 처분시설 건설(10년) 등 37년이 필요하다. 영구 처분시설을 건립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중간 저장시설을 구축해야 하는데, 원전 내에 중간 저장시설을 설치하는 데도 최소 7년이 소요된다.
특별법 제정이 미뤄지면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직면할 수 있다. 이는 곧 전기요금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이어진다. 김규성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전략기획관이 지난달 고준위 특별법 연석회의에 참석해 "원전이 전력 수급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의 혜택만 받고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은 혜택만 누리고 미래세대의 부담은 키우는 것"이라고 우려한 배경이다.
저장용량·시점 명기 등 이견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민의힘과 정부는 여야 합의로 관련법을 제정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9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김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이미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는 물론 가동 중인 원전의 운영을 위해서도 중간 저장시설과 영구 처분시설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건설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설명했다.지난해 8월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세 법안 모두 △고준위방폐물 관리위원회 설치 △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절차 △처분장 유치지역 지원체계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 설치 절차 등을 공통으로 담고 있다. 그런데도 법안은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고 있음에도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쟁점은 저장용량이다. 민주당은 원전 설계 수명인 40년어치 폐기물만 저장할 수 있도록 용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노후 원전이라도 안전성 검토를 거쳐 수명 연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의원안은 저장용량을 '설계수명 중 발생량'으로 명기했지만, 이인선·김영식 의원안은 '운영 허가 기간 중 발생량'으로 명기하고 있다. 결국 방폐물 처리장 구축을 위한 특별법이 원전의 '계속 운전'을 허용하느냐에 관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 쟁점은 중간 저장시설과 영구 처분시설 운영 시점을 명시하느냐 여부다. 김영식 의원안은 중간 저장시설을 2043년, 영구 처분시설을 2050년에 운영하도록 하고, 기존에 부지 내에 임시 저장돼 있던 사용후핵연료를 2043년에 중간 저장시설로, 2050년에는 영구 처분시설로 이전하도록 하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원전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 시점을 명확히 할 것을 원하고 있다.
탈핵 단체 반대에 野 입장 선회?
최근 민주당의 입장은 더 부정적으로 선회하고 있다. 지역 주민 보상 내용을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며 법안 통과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 상황인데다 탈핵 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주요 원전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 지역구에 포진해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지 않는 이유로 지적된다. 원자력 발전소를 품고 있는 5개 지방자치단체(울진군·경주시·영광군·기장군·울주군)들은 최근 국회를 방문해 "원전 소재 지역 주민들은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전까지 부지 내에 임시 저장된 사용후 핵연료와 함께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탈핵 단체들은 "특별법이 통과되면 고리 원전 등이 영구 핵폐기장으로 변하는 것은 물론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의 도구로 쓰일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야 간 이견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연내 관련법 처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관련 법이 통과된다면 국내 원전 생태계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국내 신규 원전 가동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해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33년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2050년까지 14기의 원전이 설계수명 50년을 넘길 전망"이라며 "기존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등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 등이 있지만 더디게 진행되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전력시장 내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원전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 수립에 조기 착수해 신규 원전을 포함한 전력 공급 능력 확충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별법 통과, 원전 생태계 복구 마중물 기대
정부의 구상대로 법안이 통과되고 신규 원전 건설로 원전 생태계가 정상화될 경우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전기술, 한전KPS, 비에이치아이, 우진 등 원전 관련주의 수혜가 예상된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은 국내 신규원전 재개 관련 정책 조정 가능성, 해외 2개 국가 원전 수주 가능성 등이 한꺼번에 결정 나는 시기라는 점에서 원전 관련주에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원전 폐기물 관련 스몰캡 기업 중에서는 대창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다. 선박용 엔진에 탑재되는 구조물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지만, 제품 다변화를 통해 원전 폐기물 용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 브루스 발전소에 폐기물 처리 용기를 납품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원전 폐기물 용기의 잠재 시장 규모는 연간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