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칼럼] "당분간 코스피 관망세,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식으로"
유상록 포티우스파트너스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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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KOPSI는 0.5% 하락하며 숨 고르기 양상을 보였다.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이차전지 업종이 약세를 보였고, 소프트웨어, 바이오, 화학, 내수소비재도 약세였다. 반면 건설기계, 전력기계 등 산업재가 강세를 이어갔고, 반도체, 자동차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매크로 측면에서는 미국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과 고금리 유지 기간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며 금리가 상승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 주식시장은 빅테크 기업과 엔화 약세를 바탕으로 강세를 이어갔다.

분기점에 이른 주식시장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향후 2회 인상할것임을 시사했다. 물가상승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호주, 캐나다의 중앙은행도 재차 인상에 나서며 글로벌 긴축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주식시장은 7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25bp)은 반영하고 있으나, 이후 추가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연말 주식시장의 반등 초기 국면으로 돌아가보면, 기본 시나리오는 “기준금리 인상 -> 건전한 구조조정과 물가안정화 -> 기준금리 인하와 경기 반등”이었다.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은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불거지지 않는 이상 우호적인 환경을 이어갈 것이며, 23년 하반기에는 향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경기 반등의 가시성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주도업종에서 소외업종으로 상승세가 확산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현실은 제법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주식시장의 상승세 확산을 이끌 환경의 도래는 지연되고 있으며, 상반기 강했던 주식시장의 가격조정에 대한 경계감은 좀 더 높아졌다.

물가하락과 금리상승의 부조화


이번 주식시장을 물가 사이클로 해석하는 입장에서 아직도 근원물가가 잡히지 않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 작년 6월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9.1%였던 것이 올해 6월에는 3% 초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기준금리는 5.5%를 넘어 추가로 인상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가져야 하니 말이다. 물가하락을 이끌고 있는 상품가격 기여도는 정점을 지나고 있으며 연말이면 약해진다.

낮아진 생산자물가지수 효과와 주거비용의 하향속도도 낙관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근원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연말부터 물가상승률의 하락세가 멈출 수 있다. 이는 긴축의 연장을 의미하며, 여전히 견조한 미국의 경기와 맞물리게 되면 24년에는 경기 반등이 아니라 둔화를 맞이하게 된다. 게다가 고금리가 오랫동안 유지되면 예기치 않은 충격이 발생하기도 한다.
[마켓PRO 칼럼] "당분간 코스피 관망세,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식으로"
다행히 기업실적 측면에서 보면 주식시장에 대한 걱정이 줄기는 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주력 업종들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될 때 주가는 먼저 반등하기 마련이고, 이후 턴어라운드의 속도와 폭이 유동적인만큼 주가는 그와 맞물려 더 오르기도 하고 정체되기도 하며 때로는 반락하기도 한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낙관론 속에서도 되새겨봐야 할 원칙이다.

당분간 관망세,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식으로


현재 시점에서 주식시장에 대한 기본 시나리오는 고금리가 유지되는 매크로 환경과 맞물려 당분간은 박스권 흐름에 갇히는 것이다. 좋은 시나리오는 실적이 강하거나 돌아서는 기업들을 바탕으로 지수가 완만하게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이고,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고금리의 예기치 않은 충격이 주식시장의 가격조정을 가져오는 것이다.

당분간은 현금 비중을 높이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좋아 보인다. 주식 중에서는 실적 방향성이 명확하면서 valuation이 비싸지 않거나 최근 주가 반영이 덜 된 주식이 안전해 보인다. 국가간 혹은 기업간 치열한 경쟁 속에 투자가 집중되는 영역 –인공지능, 이차전지, 미국 제조업 부활, 방위산업 등- 도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어 보인다. 과연 주식시장의 금리 민감도가 낮아진 것인지, 물가안정화와 견조한 경기를 바탕으로 한 금리상승을 주식시장에 우호적이라 해석할 수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