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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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 상환비율(DTI) 규제 강화 이후 해당 지역 가구의 주택자산 가치가 9%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에도 집값이 뛰며 모든 자산분위에서 자산이 늘었다. 반면 부채는 고가 주택 보유자 중심으로 5.7% 감소했다.

10일 한국은행 김민수 금융안정연구팀 차장과 최원용 조사역이 쓴 BOK 이슈노트 '거시건전성 정책이 우리나라 가구의 부채 및 자산 불평등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이후 지역별로 차이를 두고 강화된 LTV와 DTI 규제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주택자산 가치가 증가했다.

LTV는 주택 가격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을 뜻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70%였던 LTV는 다주택자이거나 주택 가격이 높은 경우 0%까지 낮아지는 등 규제가 강화됐다. 연소득 대비 주택담보 대출 상환비율을 뜻하는 DTI도 2017년 이후 규제가 강화됐다.

2017년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 결과 규제 지역 거주 가구의 전체 자산가치는 9.3% 늘었다. 이 시기에는 주택가격에 따른 기대심리가 늘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한 시기였다. 규제를 강화한 결정이 이같은 심리를 충분히 억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규제가 심리를 더 자극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모든 자산 분위에서 자산가치가 증가했다. 2분위(자산 하위 20~40%)와 3분위는 각각 12.9%와 11.2%로 높았다. 1분위는 9.0%, 4분위와 5분위는 8.8%, 8.9%를 기록했다. 전분위에서 비슷한 비율로 자산가치가 올라 자산 불평등도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보유자산 가치에 따른 금액 증가폭은 자산 가치가 큰 5분위에서 더 많았을 것으로 판단됐다. 김 차장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절대적인 자산 가치는 5분위에서 더 늘었을 수 있지만 비율로 평가하는 불평등도는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부채는 전체적으로 5.7% 감소했다. 다만 4분위와 5분위에서만 13.6%, 10.9% 줄었다. 1~3분위의 계수는 유의하지 않았다. 다주택자와 비싼 주택을 타겟팅한 대출규제가 차별적으로 영향을 줬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김 차장은 "규제가 부채의 불평등은 오히려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4~5분위 가구의 대출이 줄면서 분위별 가구의 건전성은 자산을 적게 보유할수록 높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연구가 이뤄진 것은 규제로 인해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실증적으로 분석해내기 위해서였다. 이 차장은 "한국의 경우 2017년 이후 규제 강화 사례에서는 불평등이 심화되는 흐름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같은 가능성을 우려하기보다는 거시건전성 제고라는 원래 취지에 맞게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률적인 규제가 제도권 밖 가구의 자금조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엄밀한 지원대책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규제로 인해 무주택 가구와 유주택 가구간 불평등이 심화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한 주제"라고 답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