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기미 없던 종아리 부상…KIA 경기 보며 이 악물어
"빨리 합류해야 한다고 자책…별의별 훈련 다 했어"
나성범의 극복기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멘털 흔들린 시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핵심 타자 나성범(33)이 왼쪽 종아리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건 지난 3월의 일이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정을 치르다가 불편한 느낌이 들었지만,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종아리는 야구선수들이 주로 겪는 부상 부위가 아니라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소속팀 KIA에 복귀한 뒤엔 통증이 더 커졌다.

나성범은 수비 훈련 중 심한 통증을 느꼈고, 병원 진단 결과 종아리 근막이 손상됐다는 소견이 나왔다.

9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나성범은 "근육 사이에 있는 근막이 찢어졌고, 그 사이에 피가 고이는 상황이었다"며 "단순한 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나성범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병원에선 스테로이드제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도핑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쓸 수 없었다.

그나마 치료 기간이 짧은 건 다행스러웠다.

나성범은 "병원에선 회복까지 6∼8주 정도 걸린다고 했다"며 "시즌 초반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종아리는 쉽게 낫지 않았다.

검사 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좀 더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나성범은 "8주가 지나도 차도는 없었다"며 "멘털이 무너졌던 시기"라고 돌아봤다.

나성범의 극복기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멘털 흔들린 시기"
'불확실함'은 고통스러웠다.

나성범은 "그동안 여러 차례 부상을 겪었지만,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을 예상할 수 있어서 계획에 맞춰 재활 훈련을 소화했다"며 "이번엔 달랐다.

회복 시간을 가늠할 수 없었고 통증도 계속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 야구할 수 있을까', '야구장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들더라"라고 했다.

나성범은 의외의 상황을 통해 멘털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저녁을 먹다가 야구 중계를 봤다"며 "KIA가 아슬아슬하게 지더라. 찾아보니 한 점 차로 진 경기가 매우 많았다.

빨리 돌아가서 힘을 보태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스렸다"고 말했다.

보통 야구선수들이 몸을 다치면 경기를 보지 않게 된다.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성범은 KIA 경기를 시청하며 재기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종아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훈련을 했다"며 "상체 웨이트 트레이닝은 물론 대퇴부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누워서 다리에 힘을 주는 훈련 등 별의별 훈련을 이 악물고 했다"고 소개했다.

차도가 보이지 않았던 종아리 근막은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다.

그는 걸을 수 있게 됐고, 다시 뛸 수 있게 됐다.

앞이 보이지 않는 '재활의 터널'을 통과한 나성범은 힘차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kt wiz전을 통해 복귀한 뒤 9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펼쳤다.

이달 7일 kt전에서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8일과 9일 kt전에서 홈런 3개를 몰아치며 팀 연승을 이끌었다.

그는 복귀 후 12경기에서 타율 0.353, 6홈런, 12타점의 무서운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때마침 다쳐서 재활을 거친 김도영, 김선빈도 복귀하고, 포수 김태군이 합류하면서 '공포의 타선'이 완성됐다.

팀 성적도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

KIA는 최근 5연승을 달리며 6위로 올라왔다.

나성범은 "KIA가 강해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전반기 많은 경기에서 빠진 만큼, 앞으로 활약상을 이어가서 빚을 갚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