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 양성평등, 여성우대 요구 아니다…한쪽 性만 모인 집단선 불협화음 불가피"
“여성을 우대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한쪽 성(性)별만 모인 집단에는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WCD) 한국지부 회장(61·사진)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 양성 평등의 지향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1984년 여성으로서는 네 번째로 행정고시(28회)에 합격했다. 공직을 선택한 것은 여성이 일반 기업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군필자 우대 등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6년 여성가족부 차관을 끝으로 30여 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2019년부터 WCD 한국지부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0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에서 한국 단체 최초로 지배구조 부문 대상을 받았다. ICGN은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 연기금과 기관투자가 등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도록 규정해 여성 이사 선임을 사실상 의무화한 법안이다. 이 회장과 WCD는 입법 과정을 주도했다. 이에 대해 ICGN은 “한국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지배구조 개선 성과를 인정했다.

WCD는 기업 내 여성 등기이사들로 구성된 글로벌 경제단체다. 80여 개 지부에 4000명이 넘는 여성 이사가 활동하고 있다. 한국지부는 2016년 40여 명의 여성 사내·사외이사가 모여 만들었다. 창립 당시 그도 있었다. 이 회장은 “설립 직후 우리가 해결해야 했던 최우선 과제는 기업 여성 이사를 늘리는 것이었다”며 “우리 지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라고 했다.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 회장은 “2019년부터 국회 정무위원회를 찾아 여성 임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현안에 밀리기 일쑤였다”며 “일일이 의원들을 쫓아다니며 입법 취지를 알리고 설득한 결과 법안 발의 후 1년 반 만에 통과됐다”고 했다. 입법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법 개정 전 기업 이사회 여성 이사 비율은 3%에 불과했다.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여 만에 여성 비율은 8.8%로 세 배 가까이로 뛰었다.

이 회장의 목표는 여성이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나 단체 종류를 막론하고 여성 네트워크가 잘 형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했다.

글=이소현 기자/사진=임대철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