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막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동유럽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를 조속히 NATO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NATO 회원국들이 정상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우크라이나 문제로 분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NATO 31개국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해 집중 논의한다. NATO는 200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NATO 회원국이 되는 것에 동의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에 2008년 수준을 뛰어넘는 구체적인 가입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NATO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회원국 간 만장일치를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NATO는 유사시 회원국의 모든 영토에 개입하기로 한 만큼 전쟁이 계속되면 우리는 러시아와 전쟁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종전 후 가입하면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나면 NATO와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동유럽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를 NATO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와 동유럽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해온 우크라이나가 무너질 경우 동유럽이 러시아의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미국과 독일 등은 현시점에서 ‘종전 후 가입’을 약속하면 러시아에 전쟁을 장기화할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미국은 ‘이스라엘식 안전보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휴전이나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전제로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수준의 안보를 우크라이나에도 보장하는 것이다.

NATO 정상들은 이번에 테러나 러시아 등의 공격에 맞서는 새 방위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유사시 NATO 병력 30만 명을 유럽 동부전선 일대에 30일 이내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9년 만에 방위비 지출 가이드라인도 개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방위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서 ‘GDP 대비 최소 2%’로 늘어난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