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액, 최저임금의 80%…수급자 70%는 재취업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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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이 샌다
(6) 판치는 실업급여 부정수급
최소 근무 180일 채우면 돈 나와
"실업급여 타게 해고처리 해달라"
스스로 관둔 직원이 요구하기도
구직자들 꼼수에 자영업자 눈물
지급액 늘며 고용보험기금도 휘청
(6) 판치는 실업급여 부정수급
최소 근무 180일 채우면 돈 나와
"실업급여 타게 해고처리 해달라"
스스로 관둔 직원이 요구하기도
구직자들 꼼수에 자영업자 눈물
지급액 늘며 고용보험기금도 휘청
“입사한 지 1년이 지난 직원이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둔다면서 권고사직으로 처리해달라네요. 실업급여를 타내려고요.”
한 중소기업 사장은 “최근 들어 퇴사 직원들과 사직서 처리 방식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그는 “자발적으로 이직하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직원의 권고사직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며 “일하지 않겠다는 사람에게 구직자를 위한 정부 지원금이 나가는 현실에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재취업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실업급여 제도가 오히려 구직자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고, 국민 세금만 줄줄 새는 부작용이 근로 현장에서 속출하고 있다. 일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탓이 크지만 제도적인 문제점도 거론된다. 실업급여 하한액이 일하면서 받는 월급보다 높게 설계돼 있는 등 제도가 실업급여 부정 수급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직자가 재취업 대신 실업급여에 쏠리는 이유는 일하지 않고도 받는 돈의 액수가 크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는 웬만한 중소기업 월급과 비교해도 만만찮은 수준인 데다 최소한 최저임금의 80%를 받을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실업급여는 나이와 일한 기간에 따라 4~9개월 동안 실업 직전 평균임금의 60% 수준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고용보험법을 개정해 수급 기간은 3~8개월에서 4~9개월로, 기준액은 하루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확대했다.
하루 상한액은 6만6000원(월 198만원)이고,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에 해당하는 하루 6만1568원(하루 8시간 근무 기준, 월 184만7040원)이다.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로 정한 건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였다. 문제는 최저임금(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 201만580원)에서 4대 보험료와 세금을 빼면 실수령액(월 180만4339원)이 실업급여 하한액보다 적다는 점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소득보다 실업급여가 많은 경우가 전체 수급자의 27.8%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소득보다 실업급여가 높은 ‘역전 현상’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해서 버는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높아지자 이를 노린 부정수급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268억7000만원으로, 2018년(196억2000만원)보다 37% 증가했다. 해외 체류 중이거나 군 복무 중에도 실업급여를 타 간 사례가 고용부 특별점검 때마다 수백 명씩 적발되고 있다.
실업급여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받는 수급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반복 수급자는 10만2000명이다. 2018년 8만2000명에 이어 2019년 8만6000명, 2020년 9만3000명, 2021년 10만 명 등 최근 5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한 근로자는 2000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같은 직장을 계속 그만뒀다 재취업하는 방식으로 24번에 걸쳐 실업급여 9126만원을 받았다.
매달 실업급여가 1조원 넘게 나가면서 재원인 고용보험기금도 고갈 위기에 직면했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함께 내는 고용보험료로 충당되는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0조2544억원에서 지난해 6조413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이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온 10조3000억원가량을 적립금에 포함한 것이다. 공자기금 차입금(2030년 만기)을 빼면 고용보험기금 수지는 이미 적자 상태다.
강경민/곽용희 기자 kkm1026@hankyung.com
한 중소기업 사장은 “최근 들어 퇴사 직원들과 사직서 처리 방식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그는 “자발적으로 이직하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직원의 권고사직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며 “일하지 않겠다는 사람에게 구직자를 위한 정부 지원금이 나가는 현실에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재취업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실업급여 제도가 오히려 구직자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고, 국민 세금만 줄줄 새는 부작용이 근로 현장에서 속출하고 있다. 일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탓이 크지만 제도적인 문제점도 거론된다. 실업급여 하한액이 일하면서 받는 월급보다 높게 설계돼 있는 등 제도가 실업급여 부정 수급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업급여 타는 ‘단기 알바’
고용시장에선 실업급여 문제로 중소·중견기업 사장과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자발적인 이직에 권고사직 처리를 요구하는 사례가 주를 이룰 뿐만 아니라 근로 계약 기간을 1년이 아니라 7~8개월로 하겠다는 구직자도 적지 않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최소 근무일수(180일)만 채우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업급여 수급 기간 중 재취업 비율은 매년 30%에도 미치지 못한다.구직자가 재취업 대신 실업급여에 쏠리는 이유는 일하지 않고도 받는 돈의 액수가 크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는 웬만한 중소기업 월급과 비교해도 만만찮은 수준인 데다 최소한 최저임금의 80%를 받을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실업급여는 나이와 일한 기간에 따라 4~9개월 동안 실업 직전 평균임금의 60% 수준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고용보험법을 개정해 수급 기간은 3~8개월에서 4~9개월로, 기준액은 하루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확대했다.
하루 상한액은 6만6000원(월 198만원)이고,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에 해당하는 하루 6만1568원(하루 8시간 근무 기준, 월 184만7040원)이다.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로 정한 건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였다. 문제는 최저임금(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 201만580원)에서 4대 보험료와 세금을 빼면 실수령액(월 180만4339원)이 실업급여 하한액보다 적다는 점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소득보다 실업급여가 많은 경우가 전체 수급자의 27.8%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소득보다 실업급여가 높은 ‘역전 현상’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보험기금도 고갈 직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실업급여 하한액은 근로자 평균 임금 대비 44%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프랑스(26%), 일본(22%), 미국(12%)을 훨씬 웃돈다. OECD는 지난해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한국은 실업급여 수급액이 순최저임금보다 많은 유일한 회원국”이라며 “근로자가 일해야 할 동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일해서 버는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높아지자 이를 노린 부정수급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268억7000만원으로, 2018년(196억2000만원)보다 37% 증가했다. 해외 체류 중이거나 군 복무 중에도 실업급여를 타 간 사례가 고용부 특별점검 때마다 수백 명씩 적발되고 있다.
실업급여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받는 수급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반복 수급자는 10만2000명이다. 2018년 8만2000명에 이어 2019년 8만6000명, 2020년 9만3000명, 2021년 10만 명 등 최근 5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한 근로자는 2000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같은 직장을 계속 그만뒀다 재취업하는 방식으로 24번에 걸쳐 실업급여 9126만원을 받았다.
매달 실업급여가 1조원 넘게 나가면서 재원인 고용보험기금도 고갈 위기에 직면했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함께 내는 고용보험료로 충당되는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0조2544억원에서 지난해 6조413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이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온 10조3000억원가량을 적립금에 포함한 것이다. 공자기금 차입금(2030년 만기)을 빼면 고용보험기금 수지는 이미 적자 상태다.
강경민/곽용희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