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것도 돈이 된다…'쓰테크'로 돈 버는 스타트업 [긱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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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테크, 애그테크, 에듀테크, 펫테크... OO테크는 산업계에선 이미 널리 쓰이는 용어가 됐습니다. 특정 분야에 기술이 접목되면 새로운 산업 트렌드가 되는 셈인데요. 몇 년 새 ESG 키워드와 함께 떠오른 '쓰테크'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쓰레기와 기술을 합친 말입니다. 가치가 제로(0)인 것처럼 보이는 쓰레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기술이 빛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일 54만 t의 쓰레기가 쏟아지는 세상입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쓰테크로 돈 버는 스타트업을 정리했습니다.페트병부터 가전제품, 헌옷까지... 분리수거 돕는 플랫폼
기업 고객 모으는 B2B 쓰테크 스타트업, 수백억 '러브콜'
폐기물에서 가치 창출... ESG·가치소비 흐름 타고 고공비행 #서울이나 제주도 스타벅스 매장에는 다회용 컵 반납기가 있다. 음료를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할 때 보증금을 낸 뒤 나중에 이 기기에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 기기는 스타트업 오이스터에이블의 제품이다. 이 회사는 SK텔레콤과 협업하고 있다.
#스타트업 수퍼빈이 내놓은 일회용품 회수기기 '네프론'은 전국에 820여 대가 설치돼 있다. 페트병이나 캔 등을 넣으면 개당 10원을 보상으로 지급한다. 약 7년간 네프론을 거쳐 회수된 페트병은 약 1억6700만개, 캔은 6800만개에 달한다. 누적 환전액은 16억원을 넘어섰다.
'쓰테크(쓰레기+기술)'가 대세로 떠올랐다. 버려지는 쓰레기를 활용해 수익을 내는 스타트업이 활약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키워드는 기본이다.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모델로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는 회사는 물론이고 기업 간 거래(B2B) 모델을 통해 폐기물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기도 한다. 폐기물을 새로운 소재로 탈바꿈하는 '업사이클링' 기술도 각광받는다.
환경부에 따르면 매일 약 54만t의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2016년 1억5663만 t이 발생했던 폐기물 양은 2021년 1조9738만 t으로 26% 증가했다.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시장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폐기물 재활용 시장은 2020년 551억달러(약 72조원)에서 2030년 880억달러(약 115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쓰레기 처리 도와주는 스타트업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오이스터에이블이 내놓은 쓰레기 분리수거 앱 '오늘의 분리수거'는 누적 가입자 8만명을 넘겼다. 월 활성 이용자 수(MAU)도 1만5000명 수준으로 올라섰다. 회사가 설치한 쓰레기 분리배출함에 이용자가 페트병, 캔, 우유팩 등을 분리수거하면 보상으로 포인트를 지급받고, 포인트를 사용해 자체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앱이다.
회사의 쓰레기 분리배출함은 전국에 475대가 설치돼 있다. 그밖에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내놓은 다회용 컵 반납기는 서울, 인천, 제주, 세종 등에 140여 대가 설치돼 있는데, 회수율이 80%에 달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기술을 접목해 다회용컵을 실질 사용 횟수를 관리하거나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해 회수 현황과 적재량을 모니터링하는 등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B2C 모델로 활용하는 스타트업들은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소파나 침대 같은 대형 생활폐기물이나 냉장고, 세탁기 등 폐가전제품의 배출을 도와주는 '여기로'는 스타트업 지금여기의 작품이다. 회사는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이용자가 주민센터 등 기관 방문을 할 필요 없이 앱에서 결제한 뒤 지정한 날짜와 장소에 폐기물을 내놓으면 되는 방식을 내놨다. 비슷하게 스타트업 같다가 만든 '빼기'는 대형 폐기물을 직접 옮겨주는 서비스를 내세웠는데, 누적 50억원 넘는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런가 하면 헌옷을 수거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인 스타트업 리클은 누적 이용자 160만명을 넘어섰다. 헌옷을 집 문 앞에 두면 업체가 수거한 뒤 일정 금액을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재판매가 어려운 의류라면 1㎏당 300원, 재판매가 가능한 옷은 한 벌당 최대 2만원의 보상액이 책정된다. 그밖에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만든 에콥이나 생활쓰레기를 대신 수거해주는 '오늘수거' 앱 운영사 어글리랩도 쓰테크 무대에 뛰어들었다.
B2B도 성장... 수백억 조달한 회사도
B2B 형태로 기업이나 기관의 폐기물을 관리해주는 스타트업들은 규모가 더 큰 편이다. 매년 발생하는 폐기물 중 생활폐기물이 아닌 사업장폐기물과 건설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80% 이상이라서다. 특히 이 시장은 탄소중립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대기업들이 폐기물 처리 고충이 커짐에 따라 덩치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B2B 폐기물 처리 플랫폼 '업박스'를 만든 리코는 대표적인 스타트업 성공 사례로 꼽힌다. 벤처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상반기 시리즈B 라운드에서 145억원을 조달했다. 회사가 내놓은 업박스는 기업이나 기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처리해주는 서비스다. 업박스의 강점은 단순 쓰레기 처리를 넘어, 이 과정을 디지털화했다는 데 있다. 배출량을 측정하거나 거래 명세서를 처리하는 과정을 모두 자동화해 데이터로 제공한다. 리코는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CJ프레시웨이, 아워홈, 쿠팡, 홈플러스 등 3000여 곳의 대형 고객사를 확보했다.
B2B 형태로 폐기물을 배출하고 자원 순환을 돕는 솔루션인 '에코야' 운영사 에이치알엠은 지난해 476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종이나 플라스틱, 비철금속 등을 수거한 뒤 선별과 압축 과정을 거쳐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만들어준다. 기업 고객 입장에선 폐자원을 합리적인 가격에 되팔고, 재활용된 자원으로 친환경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회사에 따르면 매년 10만 t 넘는 폐자원을 취급하고, 이를 통해 8만 t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
토종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는 해외에서도 나왔다. 300억원 넘는 투자를 유치한 이큐브랩은 미국 시장을 공략했다. 기업 고객과 쓰레기 수거 인력을 매칭해주는 플랫폼인 '하울라'를 내놨다. 미국에서 3000곳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미국이 세계 최대 쓰레기 발생지라는 점에 착안했다.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회사다.
새로운 가치 창출
쓰테크 스타트업들의 주된 공통점은 단순히 '수거'나 '처리'를 넘어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점이다. 편리함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다. 저마다 쓰레기를 새로운 소재 등으로 탈바꿈시키는 업사이클링 기술을 보유했다. '자원 순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포어시스는 밧줄이나 어망 같은 해양 쓰레기를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다. 패션 스타트업 리비저너리는 버려진 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원단을 활용해 만든 의류 브랜드 '몽세누'를 선보이기도 했다. 비슷하게 패션업계에선 라잇루트가 주목받는다. 폐2차전지 분리막을 고기능성 소재로 리사이클링한 ‘텍스닉’을 상업화하고 이를 패션 아이템으로 만드는 회사다. 그런가 하면 뉴트리인더스트리는 음식물쓰레기를 곤충 사료로 재활용한 뒤 이를 다시 가축 사료로 탈바꿈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식품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건 인기 분야 중 하나다. 리하베스트는 맥주 찌꺼기로 대체 밀가루를 생산하고 있다. 식혜나 홍삼, 생강 등에서 나온 부산물도 이 회사의 '푸드 업사이클링'에 활용된다. 커피 부산물인 커피박을 활용해 식물성 대체 단백질을 만드는 회사 어반랩스도 등장했다.
업사이클링 스타트업들은 계속해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치소비'가 뉴 노멀이 되면서 일반 소비자들도 이 시장에 호의적이다. VC업계 관계자는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은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점에서는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소셜 투자' 핏에도 맞아 최근 인기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