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확장 등재' 가능하지만…북측 협력 필수
남북관계 경색에 강화 고려왕릉 세계유산 등재 '험로'
인천 강화도에 있는 고려왕릉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사업이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난항이 예상된다.

인천시 강화군은 역사 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 중 하나로 고려왕릉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고려왕릉은 고려(918∼1392년)의 역대 국왕과 왕비의 무덤이다.

고려왕조가 오랫동안 개성을 수도로 둔 만큼 상당수는 북한에 있고 남한에는 강화 천도기에 만들어진 고려왕릉 5기가 존재한다.

이 중 강화도에는 고종 홍릉(洪陵), 희종 석릉(碩陵), 강종의 왕비이자 고종 어머니인 원덕태후 곤릉(坤陵), 원종 왕비 순경태후 가릉(嘉陵) 등 고려 왕릉 4기가 자리 잡고 있다.

강화군은 인천시와 이들 고려 왕릉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존 발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자료를 수집 중이다.

다만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선 대다수 고려왕릉을 보유한 북한과의 문화 교류가 필수적인데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좀처럼 풀리지 않아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어려운 실정이다.

앞서 북한은 2013년 개성역사유적지구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여기에는 고려 태조 왕건의 현릉(顯陵)을 비롯해 여러 기의 고려왕릉이 포함됐으나 남한의 고려왕릉은 제외됐다.

북한의 움직임에 발맞춰 강화 고려왕릉을 세계유산에 포함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인천시 출연기관인 인천문화재단은 강화도에 있는 고려 왕릉 4기를 남북이 협력해 세계유산으로 추가 등재하는 방안을 2015년부터 내부적으로 검토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제도는 등재 당시 미발견 상태였거나 조사가 충분하지 않아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 이후라도 등재 유산의 완전성과 진정성 충족에 기여하는 유적을 확인하면 '확장 등재'라는 개념으로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2018∼2019년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됨에 따라 문화계에서도 북한과의 교류 협력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지만 결국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인천문화재단 관계자는 "절차상 등재 추진은 가능했지만, 그 이후 유산 관리 지속성 등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며 "이후 남북 관계 악화에 따라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남북 관계에 민감한 것은 맞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필요한 사업"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맞춰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