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흐빈더,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헤레베허 고음악 지휘
폴리니 건강 문제로 내한 공연 무산도…하반기에는 미샤 마이스키 등 내한
"내년에 또 올게요"…한국 찾은 70대 거장들의 연주·지휘
"내년에 또 봐요.

(I'll see you next year again)"
올해 77세인 체코 출신의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는 지난 9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의 대장정을 마치며 한국 관객들에게 이같이 약속했다.

11일 클래식 음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연기됐던 공연들이 올해 몰리면서 거장들이 한국을 잇달아 찾았다.

클래식 음악가들은 전 세계를 돌며 연주하는 것이 일이지만, 시간이 빚어낸 음악에 대한 확신과 차곡차곡 쌓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련함을 지닌 나이 지긋한 연주자와 지휘자들을 만나는 일이 흔한 기회는 아니다.

'피아노의 황제'라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마우리치오 폴리니(81)의 내한 공연은 건강 문제로 지난해 5월과 올해 4월 두 차례나 무산됐다.

지난달 영국의 유명 음악평론가 노먼 러브렉트가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에 올린 리뷰에 따르면 폴리니는 런던 로열 페스티벌홀에서 열린 리사이틀에서 연주를 갑자기 중단하거나 악보를 뒤죽박죽 연주해 안타까움을 샀다.

"내년에 또 올게요"…한국 찾은 70대 거장들의 연주·지휘
거장들은 공연은 그들이 오랜 시간 들여다본 음악의 심연을 표현해내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긴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부흐빈더는 베토벤이 남긴 소나타 32곡 전곡을 7회 공연에 걸쳐 연주했다.

이번이 그가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60번째 공연이다.

부흐빈더는 공연 마지막 날 베토벤이 말년에 남긴 피아노 소나타 30번, 31번, 32번을 연달아 들려줬다.

그의 연주는 오랜 시간을 들여 베토벤의 음악에 다가간 이의 연주자답게 유려했다.

부흐빈더 자신도 "젊은 시절 나의 베토벤 연주는 열정은 있었으나 생각의 폭이 좁고 참을성이 부족했다.

그 후 시간은 나에게 특별한 것을 선물했다.

그것은 자유였다.

베토벤은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연주자들이 자유롭게 자신만의 세계를 펼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것을 발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에 또 올게요"…한국 찾은 70대 거장들의 연주·지휘
부흐빈더에 앞서 5월에는 '고음악의 거장'으로 꼽히는 벨기에 출신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76)가 자신이 창단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함께 6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정신과 의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헤레베허는 옛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기법으로 연주한다.

지난 공연에서 연주한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은 자주 연주되는 곡이지만, 헤레베허의 철저한 분석을 거쳐 보다 명료하게 연주됐다.

헤레베허는 공연에 앞서 한 서면 인터뷰에서 "시간은 빨리 흐르고, 제가 앞으로 얼마나 더 지휘자로 활동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죠"라며 무대에 설 때마다 온 마음을 다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내비쳤다.

이 밖에도 정통 클래식부터 현대음악까지 120장이 넘는 음반을 발매하며 '한계 없는 거장'이라고 불리는 라트비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76)가 지난달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 협연자로 올랐고, 70세를 바라보는 러시아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미하일 플레트뇨프(66)는 자신이 편곡한 곡들로 지난달 말 서울시향과 첫 만남을 가졌다.

"내년에 또 올게요"…한국 찾은 70대 거장들의 연주·지휘
하반기에도 거장들의 내한 공연은 이어진다.

첼리스트에서 지휘자로 전향한 장한나의 첼로 스승 미샤 마이스키(75)는 9월 제자 장한나와 전국 순회공연을 한다.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은 11년 만이다.

서울시향을 지휘했던 플레트뇨프는 오는 9월 피아노 리사이틀을 연다.

11월에는 독일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게르하르트 오피츠(70)가 10년 만의 내한 공연을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