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 슈퍼스트라타가 3D프린터로 탄소섬유 자전거 프레임을 만들고 있는 모습.
미국 스타트업 슈퍼스트라타가 3D프린터로 탄소섬유 자전거 프레임을 만들고 있는 모습.
불과 3년 전까지 전 세계를 휩쓸었던 3D프린팅 열풍이 싸늘한 조정국면을 맞이했다. 미국에선 관련 기업들끼리 인수합병(M&A)을 통한 업계 재편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제품 대량 생산의 장벽을 넘지 못한 3D프린팅 산업이 2021년 초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D프린팅 산업은 일명 '돈나무 언니'로 유명한 캐시 우드도 자신이 운용하는 아크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하는 등 열풍에 가세하면서 업계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최근 3D프린팅 4대 기업인 스트라타시스, 3D시스템즈, 나노 디멘션, 데스크톱 메탈 등은 M&A를 통해 2~3개 기업으로 재편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2021년 초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하면서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대규모 손실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2월 자산 규모가 7억2500만달러를 웃돌았던 캐시 우드의 3D프린팅 ETF도 최근 반토막났다.
2021년 정점 찍은 이후 하락세 면치 못하는 3D프린팅 업계 주가.
2021년 정점 찍은 이후 하락세 면치 못하는 3D프린팅 업계 주가.
업계 재편 과정에서 각종 잡음과 소송전도 난무하는 실정이다. 스트라타시스는 올해 5월 데스크톱 메탈을 인수하기 위해 7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데스크톱 메탈은 스팩(SPAC)을 통해 우회 상장한 뒤 주가가 주당 31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2달러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스트라타시스는 3D시스템즈 등이 사들이기 위해 계속 시도하고 있는 매물이기도 하다.

3D시스템즈는 지난주 스트라타시스에 6번째 입찰 제안을 하면서 "데스크톱 메탈을 인수하려는 스트라타시스의 견해는 근거없고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나노 디멘션도 1년 전 스트라타시스 지분 12%를 인수한 뒤 과반수 지분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 제안을 놓은 상태다. 스트라타시스는 나노 디멘션의 공개매수 제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포이즌필(경영권 방어 수)을 발동했고, 나노 디멘션은 법원 제소로 맞섰다. 한 업계 종사자는 "현재 인력 이탈과 거버넌스 문제 등으로 침체된 3D프린팅 업계에는 M&A라는 충격요법이라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