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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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올해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역대급 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장마 전후 무더위를 피하고자 야외 수영장과 해수욕장,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고온다습한 날씨까지 지속되면서 ‘외상성 고막천공’ ‘외이도염’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여름철 귀 건강 관리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철 흔히 발생하는 외이도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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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귀는 크게 외이, 중이, 내이로 구분한다. 그중 외이는 귓바퀴와 외이도(귓구멍)로 이뤄져 있다. 외이도는 귓바퀴부터 고막까지 2.5~3.5㎝에 이르는 통로 구조다. 특히 외이도 S자형의 휘어진 구조는 이물질이 귀의 깊숙한 곳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보호한다.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피지선에서 만들어진 분비물로 귀지를 생성해 이물질을 자연스럽게 밖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오염된 이물질이나 세균, 곰팡이 등이 귀 안으로 들어가거나 상처를 통해 침투하는 경우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외이도염이란 고막 바깥에 있는 외이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겉으로는 큰 이상이 보이지 않으나 귀의 통증과 귀가 먹먹한 증상을 동반해 갑갑함을 느낄 수 있다.

염증성 외이도염은 상처를 통한 염증의 파급으로 귀에 열감과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습진성 외이염은 가려움증과 함께 분비물로 인해 귀가 갑갑한 느낌을 받는다. 급성 외이도염은 씹거나 하품할 때 통증이 심해지며, 심하면 귀가 붓고 고름이 생겨 악취가 나거나 청력이 떨어지는 증상도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1년도 진료비통계조사에 따르면 한 해 약 167만 명이 외이도염으로 병원을 찾았다. 총진료비도 2011년부터 연평균 꾸준히 증가했다. 한여름인 8월 귀 관련 질환으로 내원하는 환자 세 명 중 한 명이 외이도염으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김영호 교수는 “여름철 진료 인원이 증가하는 이유는 여름철 물놀이 등으로 외이도염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라며 “여름철 다습한 환경에 세균과 곰팡이의 번식이 용이해져 세균성 외이도 감염을 유발하기 쉬워 귀 건강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외이도염, 빠른 치료와 예방이 중요

첨벙첨벙 신나는 물놀이…어, 귀가 아프네
앞서 언급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진료와 약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급성 외이도염은 여름철에 특히 많이 발생하지만,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만성 외이도염으로 악화할 수 있다. 소아의 경우 의사 표현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증상을 방치할 경우 중이염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외이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귀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보호하고 귀가 습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아는 물놀이할 때 귀마개를 착용하는 것이 좋고 수영, 샤워 후 물이 귀에 들어갔을 경우 물이 들어간 쪽의 귀를 아래쪽으로 기울여 자연스럽게 물기가 흘러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리하게 면봉을 사용하게 되면 귀에 상처를 내고 염증이 생길 수 있다. 귀이개나 면봉을 자주 사용해 귀 안을 후비는 행위는 그 자체로 상처를 만들어 감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귀가 답답한 증상이 오래가거나 습한 느낌이 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면봉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면 깊숙이 넣지 않도록 한다. 누워서 사용하는 행위는 외상성 천공을 유발할 수 있어 절대 금물이다. 최근 반려견과 함께하는 가정이 늘면서 이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드시 벽에 등을 지거나 눕지 않은 상태에서 멸균되고 잘 부러지지 않는 면봉을 사용해야 한다.

○수상스포츠 및 항공기 이용 후 귀 통증

외상성 고막천공은 대개 구타 등으로 인해 고막에 직접적인 손상이 가해지거나 외이도 또는 중이의 갑작스러운 기압 변화로 구멍이 뚫려 생기는 질환이다. 하지만 수상스포츠를 즐기던 중 수압에 의한 고막 손상으로 외상성 고막천공이 발생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미리 귀마개를 사용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귀통증이나 출혈, 난청 등 고막 손상이 의심되면 즉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찰 후 신속히 고막 재생을 위한 시술 또는 주의 깊은 경과 관찰 등을 해야 한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영구적인 고막천공이나 난청, 만성 중이염을 초래할 수 있다.

휴가철 해외여행이 늘면서 항공기 이용 후 중이염이 발생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기압성 중이염은 항공기에서 급격한 기압 차를 우리 몸의 이관이 풀어주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이관은 귀의 안쪽과 바깥쪽의 기압을 같게 조절하는 기관이다. 지속되는 압력 변화를 못 견디고 고막 안쪽의 중이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심한 귀 통증을 느끼거나 귀에 물이 찬 것처럼 먹먹한 증상이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도가 유지될 때 외에는 취침하지 말고 침을 삼키거나 껌을 씹는 등의 방법으로 이관 기능을 계속 정상화시켜 줘야 한다. 입을 꼭 다물고 코를 손으로 잡고 코를 풀 듯 불어주는 발살바 환기법도 기압성 중이염을 예방하기 위한 유용한 방법이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