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는 심은보 에이아이메딕 대표. /안대규 기자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는 심은보 에이아이메딕 대표. /안대규 기자
세계 사망원인 1위는 심장질환이며 국내에만 환자수가 139만명, 미국은 1820만명에 달한다. 심장질환의 70~80%는 심장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대한 질환이다. 대부분 흉통을 동반한다.

에이아이메딕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보편화된 첨단 관상동맥 질환 진단 기술인 컴퓨터단층촬영(CT) 기반 분획혈류예비력(FFR) 진단 기술을 세계에서 두번째, 국내에선 유일하게 상용화한 의료영상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회사다.

특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24시간 걸리던 CT-FFR 검사 기간을 AI와 컴퓨터시뮬레이션으로 30분만에 가능토록한 기술을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에이아이메딕의 프로그램으로 관상동맥을 검사하는 장면.
에이아이메딕의 프로그램으로 관상동맥을 검사하는 장면.

병원 입원해 수백만원 들여 가는 플라스틱관으로 검사...환자 불편 사라질까

심은보 에이아이메딕 대표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관상동맥 질환을 검사할때 환자가 겪어야하는 많은 불편과 비용, 의료진의 어려움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 CT-FFR진단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관상동맥 질환을 정확하게 검사하려면 가는 플라스틱관(카테터)과 철선(가이드와이어)을 환자의 손목 동맥이나 대퇴동맥에 삽입한 후 이를 심장까지 도달하게 한 뒤, 조영제 약물을 투입해야한다. 날카로운 가이드와이어가 자칫 심장을 둘러싼 혈관을 손상시킬 경우 심각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의사 입장에서 상당한 숙련도를 요구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보통은 혈관조영술 검사 결과가 나오면 의사가 육안으로 관상동맥의 막힌 부분을 파악한 뒤 필요할 경우 혈관을 확장시키는 스텐트 시술을 받게 된다. 환자 입장에선 병원에 하루 입원해야하고 수백만원의 비용을 감수해야했다. 현재 국내 대부분 병원은 이 방법으로 관상동맥 질환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선 환자가 입원할 필요도 없고 의료사고 위험도 없는 CT-FFR진단 기술이 보편화돼 있다. 이 기술은 환자별 CT촬영 영상과 개인 생리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미세혈관까지 자세히 3차원(3D) 모델링해 보여주는 기술이다. 특히 가상의 유체를 흘려 혈관별로 속도나 압력까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정상 혈관의 최대 혈류량 대비 막힌 혈관의 최대 혈류량을 의미하는 FFR값도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 FFR값이 0.8이하이면 심근경색 발생 고위험 환자로 분류돼 스텐트 시술을 하게 된다.

심 대표는 “가이드와이어를 동반한 시술적 측정 방법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 70%가량은 사실 스텐트시술도 필요없는 경증 환자”라며 “CT-FFR 기술이 보편화되면 이들의 불필요한 입원과 막대한 의료비 지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초 병원 현장 운용 가능한 CT-FFR 개발

에이아이메딕은 2014년 이 기술을 세계에서 두번째로 개발해 미국 독자 특허를 가지고 있다. 지멘스 필립스 등 글로벌 의료기기업체들도 특허 장벽으로 이 분야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회사라는 평가다. 비록 세계 두번째 개발 기술이지만 상용화에 있어선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미국 경쟁사 제품은 병원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외부에 보낸 뒤, 전문가의 분석 작업을 거쳐 진단 결과를 얻기까지 24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에이아이메딕 제품(하트메디플러스)은 병원 내 컴퓨터에 설치하기만 하면 데이터를 외부에 보낼 필요도 없고,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없이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분석해준다. 검사 결과는 측정 30분만에 나온다.

이 회사는 서울대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 5곳에서 관상동맥 질환 환자 319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행한 결과 하트메디플러서는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지난 6월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품 허가를 신청해 4분기 허가를 받는 대로 국내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보험 급여 적용을 위한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도 진행 중이라 향후 국내 관상동맥 진단 시장의 판도가 바뀔 전망이다. 미래 전망을 보고 키움증권, 기업은행 등 기관투자자 수십곳이 잇따라 이 회사에 투자한 배경이다.

현재 강원대 기계의용공학과 교수인 심 대표의 전공은 기계공학이다. 서울공대와 KAIST, 미국 MIT 등에서 공부한 유체역학은 혈류 흐름을 분석하는 독자 기술 개발에 큰 보탬이 됐다고 한다. 그는 부족한 의학지식을 보충하기위해 40대 나이에 교토대 의대에 진학해 생리학 박사 학위도 받았다.

심 대표는 “CT-FFR진단 시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선 이미 형성돼 연간 35.3%성장이 예상되는 수조원대 시장”이라며 “조만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청을 통해 미국시장도 진출하고 내년 코스닥 상장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7월 11일 15시 07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