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가 기력 회복엔 최고죠"…보신탕집 빈자리 없었다 [여기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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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논란 재점화에 보신탕집 가보니
"어차피 먹을 사람은 먹는다"
초복날 보신탕집 '의외의 풍경'
중장년·노년층 남성들 찾는 수요 여전해
"젊은이 안 찾아…어차피 수년 내 사라질 것"
"어차피 먹을 사람은 먹는다"
초복날 보신탕집 '의외의 풍경'
중장년·노년층 남성들 찾는 수요 여전해
"젊은이 안 찾아…어차피 수년 내 사라질 것"
초복인 11일 점심시간에 방문한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이곳에서 30년째 운영되고 있는 보신탕집 가게들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중장년층부터 노년층 남성들이 주를 이뤘다. 오랜 전통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인근 보신탕집 두 곳 역시 대부분 만석으로, 점심시간 '피크' 시간대를 맞아 곳곳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전부터 "개를 먹을 수 있냐, 없냐"를 두고 논쟁이 이어져 왔지만 올해만큼 보신탕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적이 없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아내인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은 금지돼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을 시작으로 개 식용 논란이 급물살을 탄 것. 국회와 서울시의회에서도 관련 법안·조례 발의로 정치권에서도 화두가 됐다.
하지만 초복을 맞아 보신탕집을 찾은 손님들, 그리고 이들을 맞이하는 식당 사장님들의 모습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보신탕을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손님들을 위해 업주들은 전날부터 큰 가마솥을 이용해 다량의 개고기를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보신탕집 밖에는 삶아둔 개고기가 놓여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몇몇 사람들은 이를 보며 "징그럽다", "못 보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지나가기도 했지만, "여전히 개고기를 먹을 사람은 먹는다"는 반응이다. 근처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사장 박모 씨(60)도 "올해 복날은 작년보다 손님들이 더 많이들 찾으신 것 같다"면서도 "복날이 아니더라도 이 주변 두 곳은 워낙 보신탕으로 유명해서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초복을 맞아 이곳을 찾았다는 시민 김모 씨(72)는 "우리 같은 또래들 사이에선 개고기는 여전히 인기가 많다. 기력 회복에도 최고"라면서도 "지금은 보신탕 가게가 많이 없어져서 먹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민 황모 씨(58)는 "전에는 친구들과 자주 사 먹곤 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는 걸 많이 꺼리는 것 같아서 눈치 보일 때가 있다"며 "자주 가던 보신탕집 몇군데도 손님들이 안 오는지 문을 닫은 걸 봤다. 그래서 이곳을 일부러 찾아오곤 한다"고 전했다.
개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식용 개고기'를 둘러싼 찬반 여론은 팽팽하다.
개·고양이 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동물 학대와 불법행위를 이유로 해당 가게들에 대한 신속하고 확실한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가축'으로 명시되지 않은 개·고양이 도살은 동물보호법과 축산물 위생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하는 식품 원료도 아니기 때문에, 보신탕 판매는 식품위생법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오래된 관습이라는 이유로 식용 목적의 개 사육과 도살 등이 자행돼 온 데다, 식용 자체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 않아 생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식용 개고기를 법으로 금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도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는 김지향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말 대표 발의한 '개·고양이 식용 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심사 보류했다. 이 조례안은 원산지·유통처 등이 불명확한 개고기의 비위생적인 실태를 서울시가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개고기를 취급하는 업체에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시의회 측은 개 식용과 관련,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국회가 상위법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남아있는 개고기 판매 음식점은 총 229곳으로 파악됐다.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개고기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어차피 수년 내로 사라질 테니 당장 금지하지 말고 내버려 두라는 주장도 나온다.
보신탕집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우리 조상들이 먹어온 고유의 음식을 두고 갑자기 이렇게까지 막아설 필요가 있나 싶다. 어차피 먹을 사람은 다 먹는다"라면서도 "가끔 가게에 동물 단체가 찾아와 판매하지 말라는 등의 설득을 하는데, 어차피 지금 규제가 심하고 판매할 고기도 부족하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아예 안 먹다 보니, 이대로 가면 몇 년 안에 보신탕 가게들이 전부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통계에서도 식용 개고기에 대한 거부감을 엿볼 수 있다. 지난 1월 사단법인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가 발표한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2%가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없으며, 88.6%는 향후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개를 식용으로 사육·도살·판매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42.0%), 그렇다(30.8%) 등 동의하는 비율이 72.8%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개들이 사육장에 갇히고 도살당하는 장면을 보면서 더 많은 희생을 막으려면 조례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보신탕집 업주들 입장에서) 자기 업종을 바꾸라고 하면 난처할 것을 안다. 그래서 (남은 보신탕집 가게들을 대상으로) 다른 '보신 음식'으로 특화한 식당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개고기 관련 법령 모호함이 있어 위생관리의 한계가 있다며, 국민적 합의를 거쳐 법적 근거 마련될 때까지 음식점 위생관리 차원에서 단속 조치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이전부터 "개를 먹을 수 있냐, 없냐"를 두고 논쟁이 이어져 왔지만 올해만큼 보신탕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적이 없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아내인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은 금지돼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을 시작으로 개 식용 논란이 급물살을 탄 것. 국회와 서울시의회에서도 관련 법안·조례 발의로 정치권에서도 화두가 됐다.
하지만 초복을 맞아 보신탕집을 찾은 손님들, 그리고 이들을 맞이하는 식당 사장님들의 모습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보신탕을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손님들을 위해 업주들은 전날부터 큰 가마솥을 이용해 다량의 개고기를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보신탕집 밖에는 삶아둔 개고기가 놓여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몇몇 사람들은 이를 보며 "징그럽다", "못 보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지나가기도 했지만, "여전히 개고기를 먹을 사람은 먹는다"는 반응이다. 근처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사장 박모 씨(60)도 "올해 복날은 작년보다 손님들이 더 많이들 찾으신 것 같다"면서도 "복날이 아니더라도 이 주변 두 곳은 워낙 보신탕으로 유명해서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초복을 맞아 이곳을 찾았다는 시민 김모 씨(72)는 "우리 같은 또래들 사이에선 개고기는 여전히 인기가 많다. 기력 회복에도 최고"라면서도 "지금은 보신탕 가게가 많이 없어져서 먹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민 황모 씨(58)는 "전에는 친구들과 자주 사 먹곤 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는 걸 많이 꺼리는 것 같아서 눈치 보일 때가 있다"며 "자주 가던 보신탕집 몇군데도 손님들이 안 오는지 문을 닫은 걸 봤다. 그래서 이곳을 일부러 찾아오곤 한다"고 전했다.
개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식용 개고기'를 둘러싼 찬반 여론은 팽팽하다.
개·고양이 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동물 학대와 불법행위를 이유로 해당 가게들에 대한 신속하고 확실한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가축'으로 명시되지 않은 개·고양이 도살은 동물보호법과 축산물 위생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하는 식품 원료도 아니기 때문에, 보신탕 판매는 식품위생법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오래된 관습이라는 이유로 식용 목적의 개 사육과 도살 등이 자행돼 온 데다, 식용 자체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 않아 생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식용 개고기를 법으로 금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도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는 김지향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말 대표 발의한 '개·고양이 식용 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심사 보류했다. 이 조례안은 원산지·유통처 등이 불명확한 개고기의 비위생적인 실태를 서울시가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개고기를 취급하는 업체에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시의회 측은 개 식용과 관련,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국회가 상위법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남아있는 개고기 판매 음식점은 총 229곳으로 파악됐다.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개고기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어차피 수년 내로 사라질 테니 당장 금지하지 말고 내버려 두라는 주장도 나온다.
보신탕집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우리 조상들이 먹어온 고유의 음식을 두고 갑자기 이렇게까지 막아설 필요가 있나 싶다. 어차피 먹을 사람은 다 먹는다"라면서도 "가끔 가게에 동물 단체가 찾아와 판매하지 말라는 등의 설득을 하는데, 어차피 지금 규제가 심하고 판매할 고기도 부족하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아예 안 먹다 보니, 이대로 가면 몇 년 안에 보신탕 가게들이 전부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통계에서도 식용 개고기에 대한 거부감을 엿볼 수 있다. 지난 1월 사단법인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가 발표한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2%가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없으며, 88.6%는 향후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개를 식용으로 사육·도살·판매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42.0%), 그렇다(30.8%) 등 동의하는 비율이 72.8%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개들이 사육장에 갇히고 도살당하는 장면을 보면서 더 많은 희생을 막으려면 조례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보신탕집 업주들 입장에서) 자기 업종을 바꾸라고 하면 난처할 것을 안다. 그래서 (남은 보신탕집 가게들을 대상으로) 다른 '보신 음식'으로 특화한 식당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개고기 관련 법령 모호함이 있어 위생관리의 한계가 있다며, 국민적 합의를 거쳐 법적 근거 마련될 때까지 음식점 위생관리 차원에서 단속 조치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