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금리가 넉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초 새마을금고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사태로 금융회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거 채권 매각에 나선 영향이다. 은행채 금리를 지표로 삼는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채권 매각 늘자 은행채 금리 ‘껑충’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연 4.396~4.42%로 이달 3일(연 4.178~4.191%)보다 0.2%포인트 넘게 올랐다. 연 4.528~4.594%까지 상승했던 지난 3월 초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용대출과 변동금리 주담대 기준이 되는 1년 만기 은행채 금리도 이달 초보다 0.1%포인트가량 뛴 연 3.96~3.981%를 기록했다.
새마을금고發 은행채 불안…금리 오르나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 대출금리도 뛰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이날 기준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06~6.0%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연 3.94~5.73%로 하단이 연 3% 후반, 상단은 연 5%대 후반에 머물렀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높아지면서 상단 금리가 연 6%대, 하단은 연 4%대에 접어들었다.

은행채 금리 상승은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여파 때문인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 돈을 빌려주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뛰어들었다가 부동산 경기 둔화로 대출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연체율이 6%를 넘겼다. 새마을금고가 고객들의 예금 인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한 채권을 내다팔면서 채권값 하락(금리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값이 떨어지면 가격 대비 투자 수익률이 올라가면서 금리가 오른다.

금투협회에 따르면 지난 3~7일 새마을금고가 속한 종금·상호 부문이 매도한 채권 금액은 3조5184억원으로 전주(5081억원)의 7배로 급증했다. 지난 6월 한 달간 매도한 금액(1조656억원)보다 2배 넘게 많다. 특히 새마을금고 대출 부실 리스크가 정점을 찍은 5일부터 3일간 3조3790억원의 채권이 종금·상호 부문에서 쏟아졌다.

5대 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이 전날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새마을금고가 발행한 6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기로 한 것도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임원은 “새마을금고에서 자금 이탈이 줄었지만 유동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 시장금리 상승세가 꺾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금금리 뛰면서 코픽스도 상승

은행채 금리가 오르자 은행들은 금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예·적금을 끌어와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의 대표 정기예금인 ‘KB스타 정기예금’ 금리(1년 기준)는 지난달 평균 연 3.57%에서 이날 연 3.75%로 올랐다. 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 금리도 같은 기간 연 3.15%에서 연 3.6%로 뛰었다.

시장금리와 예금금리가 동시에 오르면서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은행채와 예금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상승한다. 코픽스는 변동형 주담대와 전세대출 등의 지표금리로 쓰이는 만큼 대출금리 인상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56%로 전달에 비해 0.12%포인트 올랐다. 금융권에선 오는 17일 나올 예정인 6월 코픽스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