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왼쪽부터), 김동연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경기 수원시 도담소에서 ‘수도권 공동생활권 협력을 위한 경기-서울-인천 업무협약’을 맺은 뒤 차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정복 인천시장(왼쪽부터), 김동연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경기 수원시 도담소에서 ‘수도권 공동생활권 협력을 위한 경기-서울-인천 업무협약’을 맺은 뒤 차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이 11일 수도권 공동생활권을 조성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전 국민의 50%가 넘는 인구 2600만 명을 보유한 수도권 세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생활권’임을 서로 인정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협력하자는 취지다. 정치적 이해가 서로 달라 대립하던 세 지자체가 모처럼 수장들 간 합의를 이뤄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공동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 공동생활권 협력

세 지자체장은 이날 오후 수원 ‘도담소’에서 수도권 공동생활권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 민선 8기 임기 시작 직후 ‘호프데이’를 여는 등 세 차례 만났지만 구체적인 정책 합의를 내지는 않았다.

이번 모임의 성격은 달랐다. 취임 1년을 각각 넘긴 만큼 서로가 의견을 교환하며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세 지자체장이 이날 거론한 내용은 민감한 현안이 많았다. 대표적인 게 수도권 매립지와 철도 등 교통현안, 경인선·경부선 지하화 등이다. 이들은 이외에 △광역버스 확대 △수도권 규제 완화 △국제행사 지원 △아라뱃길 활성화 △관광 콘텐츠 개발 △재난 공조 등 9개 분야에서 협력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자체장들의 공식 합의가 도출된 만큼 앞으로는 실국장급, 실무자급 협의에서 주요 현안을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립지·한강뱃길·광역버스

9개 합의안은 각 지자체의 관심사를 모은 것이다. 지자체별로 우선순위가 달라 좀처럼 합의되지 않던 사안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인천에 있는 ‘수도권 매립지’ 문제다. 인천 서구 오류·왕길동 등에 있는 수도권 매립지는 인천시민의 대표적 불만거리였다. 박남춘 당시 인천시장이 2021년 “2025년 매립지 사용을 종료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쓰레기 대란’이 예고되기도 했다.

환경부 주도로 4자 협의체가 재가동되고, 대체 매립지 사업도 추진됐으나 특별한 진전 없이 공전하고 있었다. 인천은 급한데 서울과 경기는 꼭 새로 만들어야 하느냐며 미적지근한 태도다. 재활용 기술이 발달하고, 소각장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매립폐기물 증가 속도가 전보다 둔화되는 것도 한 이유다.

교통 문제에서도 서울시가 갑이다. 인천·경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아서다. 인천은 경인전철(수도권 전철 1호선)과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및 지하철 5·7호선 연장을, 경기는 지하철 7·9호선 연결과 광역버스 확대, 간선도로망 확충 등을 원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도심 교통난, 지하철 혼잡도 증가 등을 이유로 미온적이다.

서울이 반대로 몸을 낮춰야 할 사안도 있다. 인천 서해부터 김포를 지나 여의도에 조성되는 ‘서울항’을 만드는 ‘서해 아라뱃길 활성화’ 과제가 첫손에 꼽힌다. 오 시장은 지난 4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강과 경인 아라뱃길을 잇는 정기 유람선을 내년부터 띄우고, 뱃길을 서해까지 연결하겠다”고 발표했다.

관광 콘텐츠를 세 지자체가 개발하자는 내용도 서울시 제안으로 협약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은 “수도권은 하나의 공동생활권이자 공동 운명체”라고 했고, 김 지사는 “두 분 시장님과 한 팀으로 공동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했다. 유 시장은 “수도권이 잘 되는 길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세 단체장은 이날 만찬을 가질 계획이었으나,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차담회로 간소화했다.

김대훈 기자/인천=강준완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