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봉·귤피 전통주, 제주산만 인정…쓴맛 삼키는 타지역 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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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규제개혁
(3) 신제품 개발 막는 원료 규제
양조장과 다른 지역서 난 농산물
원료의 5%까지 쓰게끔 풀었지만
현장선 여전히 "비율 너무 낮아"
(3) 신제품 개발 막는 원료 규제
양조장과 다른 지역서 난 농산물
원료의 5%까지 쓰게끔 풀었지만
현장선 여전히 "비율 너무 낮아"
충남 천안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는 권혁준 두레양조 대표는 지역 특산품인 샤인머스캣을 원료로 개발한 새로운 술의 판로 개척으로 고심이 깊다. 선보인 술이 프랑스 코냑이나 알마냑과 같은 브랜디여서다. 권 대표는 “천안에서 나는 샤인머스캣으로 와인과 증류주를 만드는데 1년을 나무통에 숙성해 고가의 ‘브랜디’를 제조하더라도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을 길이 없다”며 “전통주가 아니어서 가격경쟁력도 약하고 판로도 제한된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나오는 원료를 사용했음에도 전통주산업법이 지정한 전통주에 포함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주산업법상 지역특산주는 탁주, 약주, 청주, 일반증류주, 증류식 소주, 과실주, 리큐어, 기타 주류 등만 허용된다. 희석식 소주와 맥주, 위스키, 브랜디는 예로부터 전승된 술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지 못한다. 권 대표는 “외국에서 들어온 브랜디 주종을 전통주로 인정하기는 어렵더라도 지역특산물을 토대로 만들면 기준을 분리해 적용할 수 있지 않겠냐”며 “과실주를 숙성시켰다는 이유만으로 전통주로 인정하지 않는 건 납득하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지나치게 협소하고 까다로운 지역특산주 인정 기준 때문에 다양한 고급 주류를 만들려는 양조업자의 도전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서 난 재료를 사용하고, 주종을 맞춰도 모두 지역특산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지역 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지역 농산물을 썼더라도 해당 광역단체장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한 수도권의 한 양조장은 제주산 귤피를 넣은 막걸리를 생산하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했다.
이처럼 전통주 인정 기준이 깐깐해진 것은 청소년 음주 등 오남용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주로 인정받으면 세제 혜택이 많고 무엇보다 맥주 소주 같은 일반 주류는 할 수 없는 온라인 배송 길도 트인다.
하지만 규제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주류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정도로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2021년 9월 국무조정실에서는 인접지 외 지역 농산물을 원료로 5%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주원료로 인정하기 힘들지만 ‘부원료’로 조금이나마 쓸 수 있게 문호를 열어준 것이다. 그런데도 현장에선 이 비율이 너무 낮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친다. 수도권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는 A대표는 “인접지 외 농산물 부원료 사용률을 10%까지 올리되 국산 여부를 공급계약서와 거래명세서로 철저히 검증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특산주 인정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 농가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지역특산주 인정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대형 경기농업기술원 연구사는 “지역특산주를 전통주 범주에서 분리하되 기존 주세 감면과 온라인 판매 혜택을 유지하고, 지역특산주 생산 시 다른 지역 부원료를 사용할 수 있게 풀면 된다”며 “이렇게 하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맥주를 만들거나 수도권에서도 유자 막걸리를 생산할 수 있게 돼 지역 농가에 도움이 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관련 산업 발전에 힘을 쏟는 만큼 일부 규제만 개혁해도 전통주 시장 성장에 큰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021년 기준 전통주 시장은 941억원 규모로 주류 전체 출하액(8조8000억원)의 1.1%에 불과하지만 전년 대비 50.2%(626억원) 증가했다. 전통주 제조면허 수는 1401개로 지역특산주 1349개, 민속주 52개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지역에서 나오는 원료를 사용했음에도 전통주산업법이 지정한 전통주에 포함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주산업법상 지역특산주는 탁주, 약주, 청주, 일반증류주, 증류식 소주, 과실주, 리큐어, 기타 주류 등만 허용된다. 희석식 소주와 맥주, 위스키, 브랜디는 예로부터 전승된 술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지 못한다. 권 대표는 “외국에서 들어온 브랜디 주종을 전통주로 인정하기는 어렵더라도 지역특산물을 토대로 만들면 기준을 분리해 적용할 수 있지 않겠냐”며 “과실주를 숙성시켰다는 이유만으로 전통주로 인정하지 않는 건 납득하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지나치게 협소하고 까다로운 지역특산주 인정 기준 때문에 다양한 고급 주류를 만들려는 양조업자의 도전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서 난 재료를 사용하고, 주종을 맞춰도 모두 지역특산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지역 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지역 농산물을 썼더라도 해당 광역단체장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한 수도권의 한 양조장은 제주산 귤피를 넣은 막걸리를 생산하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했다.
이처럼 전통주 인정 기준이 깐깐해진 것은 청소년 음주 등 오남용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주로 인정받으면 세제 혜택이 많고 무엇보다 맥주 소주 같은 일반 주류는 할 수 없는 온라인 배송 길도 트인다.
하지만 규제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주류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정도로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2021년 9월 국무조정실에서는 인접지 외 지역 농산물을 원료로 5%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주원료로 인정하기 힘들지만 ‘부원료’로 조금이나마 쓸 수 있게 문호를 열어준 것이다. 그런데도 현장에선 이 비율이 너무 낮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친다. 수도권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는 A대표는 “인접지 외 농산물 부원료 사용률을 10%까지 올리되 국산 여부를 공급계약서와 거래명세서로 철저히 검증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특산주 인정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 농가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지역특산주 인정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대형 경기농업기술원 연구사는 “지역특산주를 전통주 범주에서 분리하되 기존 주세 감면과 온라인 판매 혜택을 유지하고, 지역특산주 생산 시 다른 지역 부원료를 사용할 수 있게 풀면 된다”며 “이렇게 하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맥주를 만들거나 수도권에서도 유자 막걸리를 생산할 수 있게 돼 지역 농가에 도움이 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관련 산업 발전에 힘을 쏟는 만큼 일부 규제만 개혁해도 전통주 시장 성장에 큰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021년 기준 전통주 시장은 941억원 규모로 주류 전체 출하액(8조8000억원)의 1.1%에 불과하지만 전년 대비 50.2%(626억원) 증가했다. 전통주 제조면허 수는 1401개로 지역특산주 1349개, 민속주 52개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