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화재 사고 위험 가능성이 높은 자재를 쓰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법규상 불가능한 초고속 주행도로(시속 140㎞ 이상) 사업을 추진해 279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이 11일 공개한 ‘주요 사회기반시설 건설사업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말 개통 예정인 세종~구리 고속도로 안성~구리 구간에 있는 방아다리터널 시공 과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내화 자재가 쓰였다. 방아다리터널은 서울 강동구 도심을 관통하는 3.8㎞ 길이 터널이다.

여기에 화재 시 연기를 배출하는 통로를 설치하면서 통로 이음부에 내화재 보강이 빠진 설계도를 도공이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음부는 내화재로 보강하지 않으면 화재 시 콘크리트의 폭렬(고온에 표면부가 떨어지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화재로 폭렬이 발생하면 터널 천장에 매달려 있던 무거운 슬래브가 무너져내리며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듬해 자재 납품업체가 내화 시험 과정에서 폭렬 발생 사실을 숨긴 결과를 제출했지만 도공 측은 적정 판단을 내렸다. 감사원은 도공에 “관계자 4명을 징계 조치하고 풍도 슬래브는 보강 또는 재시공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업체에는 영업정지 등 처분을 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2017년 도공이 안성~구리 일부 구간(34.1㎞)에서 설계 속도를 기존 시속 120㎞에서 140㎞로 상향해 공사비가 279억원 증액된 점도 문제 삼았다. 이듬해 국토교통부가 초고속 주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규 개정 절차를 중단했지만, 도공은 설계 변경을 할 수 있었음에도 당초 설계대로 공사를 진행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