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공개…작년 푸틴 부분동원령 발표 이후 최대 규모
"바그너 반란 때 러시아인 현금 1조4천억원 인출 '뱅크런'"
지난달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반란 사태 당시 러시아인들이 은행에서 1천억 루블(약 1조4천300억원)의 현금을 인출하며 '뱅크런' 징후가 나타났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RBC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신용정책 관련 보고서에서 바그너 반란 사태가 이어지던 6월 23~25일사흘 동안 이달 전체 은행 유동성 유출의 5분의 1 정도가 일어났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중앙은행은 "6월에 현금 수요가 증대해 모두 5천억 루블의 유동성 유출이 일어났는데, 그 가운데 1천억 루블이 23~25일 사이에 유출됐다"고 소개했다.

중앙은행은 그러나 "현금 유통 증대가 통화신용정책 추진에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시중은행과의 거래 지표를 결정하는 데 있어 유동성 유출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월의 대규모 현금 인출은 지난해 9월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할 병력 보충을 위해 예비역을 대상으로 부분동원령을 발령한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바그너 용병 반란에 따른 혼란 상황 악화를 예상한 러시아인들이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은행에서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당시 러시아인들은 달러화나 유로화 등의 외화도 대량 매입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러시아인들은 7조1천억 루블어치의 외화를 매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일부 러시아인들이 매입 외화를 되판 것으로 알려졌지만 루블화 가치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지난달 초 달러당 80루블대였던 루블화 환율은 현재 90루블까지 상승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리고진은 지난달 23일 러시아 국방부와 군 수뇌부가 바그너 부대진지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비난한 뒤 이튿날 수천명의 용병을 이끌고 주둔 중이던 우크라이나에서 국경을 넘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지역으로 진격했다.

용병들은 이후 하루 만에 1천㎞ 가까운 거리를 달려 모스크바로 접근했으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전격 중재로 반란을 멈췄다.

반란군에 대한 형사 처벌 면제와 프리고진의 벨라루스 망명 등의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합의에 따라 프리고진과 대다수 반란군은 벨라루스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까지 이들의 소재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 지휘관 등 35명을 초청해 3시간 동안 면담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이들의 행적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