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가계 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가계 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1년 9개월만에 최대 폭 증가했다. 가계부채 급증을 이유로 금리 인상을 시작했던 시점과 거의 같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살아난 부동산 심리와 각종 저금리 정책 대출 영향으로 파악된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달 5조9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5월 4조2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을 키웠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 4월(2조3000억원)부터 3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저금리 정책대출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주택 입주 물량 증가, 전세자금 대출 증가 등의 영향으로 주담대는 7조원이나 증가했다.

6조원에 육박하는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 2021년 9월 6조4000억원 이후 1년 9개월만에 가장 큰 것이다. 당시는 기준금리가 연 0.5%에서 연 0.75%로 오른 시점으로, 이번 금리 인상기의 출발점이었다. 한은은 당시 "가계부채 문제"를 우려하며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이후 기준금리는 3.0%포인트를 올라 연 3.5%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대출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GDP대비 가계부채 축소 규모도 주요국 대비 저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통화정책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은행권 가계대출은 증가했지만 기타 대출은 늘어나지 않았고, 다른 비은행 금융권 대출 변동폭까지 감안하면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향후 흐름을 더 봐야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기업대출은 5조5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이 2조4000억원, 중소기업 대출이 3조1000억원 늘었다. 반기말 기업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대출 일시상환 등의 영향으로 증가 폭이 7조8000억원에서 소폭 감소했다.

6월 중 은행 수신(예금 등)은 38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 역시 기업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수시입출식 예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파악된다. 정기예금도 금리가 오르며 가계와 기업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3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달 1조2000억원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