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지 문에 선비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빛과 인물의 실루엣 그리고 문 밖에 쌓인 있는 고서가 어울려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다. 이 장면은 사진가 이동춘의 '서가풍경' 연작의 하나로, 경북 경주 서악서원에서 찍은 것이다.
우리 문화와 그것을 지키는 사람들을 사진에 담는 이동춘
한옥에 빠진 이씨는 2000년대 초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전통 가옥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문설주, 서까래 기둥, 대청마루 등 옛 집의 구석구석과 자연을 시적으로 담아 2010년 '오래 묵은 오늘, 한옥'을 발표했다.

이어 작가는 경북 안동 등지 종갓집의 문을 두드렸다. 거기에서 수백년 간 이어져온 관혼상제와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들, 그리고 고택의 우아함을 촬영해 '선비정신과 예를 간직한 집, 종가'(2012)으로 집대성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작가는 무형문화재, 붓이나 화살통을 만드는 장인 등 사라져가는 우리의 문화와 그것을 지키는 사람들을 차곡차곡 담아나갔다. 지난 4월엔 '경치를 빌리다-한옥의 차경'으로 자연과 어우러져 멋을 완성하는 한옥의 미학을 보여줬다. '서가풍경' 사진전이 최근 경북 예천 경북도서관에서 개막했다. 서원과 서원의 제향, 궁궐 도서관 등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들이 27일까지 전시된다.

신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