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12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에서 오전조 근무자들이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금속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12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에서 오전조 근무자들이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 지침에 따라 5년 만에 부분 파업에 나선 가운데 자동차 업계는 이번 파업이 총파업으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파업으로 부품사들도 잇따라 공장을 멈춰 세웠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공장 오전조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3시30분인 퇴근 시각보다 2시간 먼저 일손을 놓고 귀가하거나 집회 장소로 갔다. 오후 출근조 역시 퇴근 시각인 오전 0시10분보다 2시간 이른 오후 10시10분에 일터를 떠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의 생산 전문 통합 계열사 모트라스와 유니투스 역시 이날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 의사를 밝히고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울산과 경주 지역 협력사들도 현대차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이날 오전 및 오후 생산라인을 최소 4시간에서 8시간까지 멈춰세울 예정이다.

울산 지역 최대 규모 사업장 중 하나인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모든 조합원에게 주야 최소 2시간 파업 지침을 내렸으며 오후 수도권과 울산, 광주·전남, 대구, 대전, 부산 등 12개 지역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업은 민주노총이 '윤석열 정권 퇴진'을 내걸고 진행 중인 7월 총파업 투쟁의 하나로 금속노조가 벌이는 것이다.

경제계에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현대차의 파업에 따른 일간 생산 차질은 2000여대로 추정된다. 파업이 확대될 경우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현대차의 노사분규가 극심했던 2016년에는 노조 파업으로 한 해에만 14만2000대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2014~2018년 5년간 파업에 따른 현대차의 생산차질 규모는 모두 29만여대에 이른다.

앞서 지난 5월 기아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EV9 등 2700대의 생산차질을 빚은 바 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제조 전문 계열사 모트라스 김원혁 대표는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상급 단체의 정치파업과 맞물려 당사 노조가 타사를 초과하는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7000여대에 달하는 완성차 생산 차질, 라인 중단에 따른 100억원 규모의 클레임(배상액), 고객사 신뢰도 훼손 등 파업에 따른 손실은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서 '쟁의권 없는 파업'이라는 선례도 남게 됐다.

현행법상 노조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때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다. 먼저 사측과 교섭을 진행한 후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한 이견이 클 때 결렬을 선언하고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해 조정기간을 거친 뒤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질 때 쟁의권이 주어진다.

내부적으로는 조합원에게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엔 이런 절차 없이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파업에 돌입했다.

경제단체들은 잇달아 성명을 내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불법 파업이 번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입장문을 통해 "현대차 노조의 불법정치파업 참여는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을 이어가고 29년만의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 착공 등 미래차 투자를 확대하며 세계 시장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할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명분 없는 불법 정치파업에 대해 금속노조 및 현대차 노조의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과 별개로 현대차 노사는 상견례 포함 7차에 걸쳐 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이다. 다만 올해는 임금과 단체협약을 동시 진행해 여름휴가 전 타결 가능성은 낮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