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예산 관리하던 에이스 공무원…농협금융 '초일류'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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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예산‧재정 두루 거친 ‘실력파’ 경제관료
“일하는 방식 바꾸자” 약체 예산실, 체육대회 우승도
尹과 대학시절 우애 … 캠프 합류해 특별고문 맡아
‘낙하산’ 논란 딛고 농협금융 ‘글로벌·디지털’ 추진
2004년에는 재경부 핵심 요직인 총무과장을 맡았다. 재경부 인사‧조직 등 행정 전반을 책임지면서 비서실장과 함께 경제부총리를 보좌하는 자리다. 당시 이 회장은 내부 공모 방식을 통해 행정고시 제24~25회 선배들을 제치고 총무과장에 올라 이목을 끌었다. 재경부 혁신기획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간부들의 혁신 마인드를 높이기 위해 재경부가 완전히 사라지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대응법을 모색하는 간부혁신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기획예산처 장관정책보자관을 거쳐 기획재정부 행정예산심의관과 경제예산심의관으로 근무했다.
경제예산심의관으로 일하던 2010년에는 국가재정운용계획 농림수산식품 분야 작업반에 참여했다. 당시 그는 “쌀 직불제와 농기계 임대사업 개편을 통해 제도 자체를 재설계한다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국가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농업 부문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고 지출을 효율화할 시점”이라고 농업 부문 개혁을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 회장은 공직 시절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통해 업무를 봤다는 평을 받는다. 부하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웠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경제예산심의관을 지낸 뒤에는 정책조정국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정책조정국장 시절에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 서비스 산업 선진화 등을 통해 현안 해결에 앞장섰다. 이후 임기를 마친 뒤 금융위원회 파견 상임위원직을 맡다가 기재부 예산실장에 임명됐다. 예산실장은 기획예산처나 경제기획원 등 출신들이 도맡아왔단 점에서 이 회장의 임명은 파격 인사로 주목받았다.
실제 업무 부담을 완화하고자 평일 오후 7시 이후 회의와 토요일 예산 심의 과정을 없앴다. 직원들의 야근을 줄이기 위해 매일 오전 8시30분 실국장과 주요 과장이 참석하는 회의를 미리 열어 그날 업무를 사전에 조율했다. 또 직원들의 여름휴가를 보장하고자 매년 6월 말까지 받았던 각 부처 예산요구서를 열흘 앞당겨 제출하도록 했다. 1차 예산 심의도 한 주 당겨 종료했다. 부서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직원들과 업무 외적으로 적극 교류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기재부 체육대회에서 만년 약체팀으로 꼽혔던 예산실을 우승팀으로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년 대회에서 예산실은 단 한 종목에서도 점수를 내지 못해 ‘꼴찌’에 머물렀다.
같은 해 이례적으로 예산실 직원 150여 명과 함께 청와대를 찾아 대통령과 오찬을 가졌다. 대내 경기가 힘든 상황에서도 ‘균형 재정’ 기조를 지키며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예산실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박 정부는 탄핵으로 막을 내렸고 이 회장도 국무조정실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당시 그는 '공직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이 회장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한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었다. 2021년 4월 보궐선거에 승리한 오 시장이 이 회장에게 서울시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꾸려진 '서울비전 2030위원회 총괄위원장'을 부탁한 것. 이 회장도 공직을 떠나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이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021년 여름 당시 전 검찰총장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의 첫 번째 영입 인사로 합류해 캠프 일선을 지휘했다. 윤 대통령과는 서울대 재학 당시부터 인연이 있었다. 이 회장은 경제학과 78학번, 윤 대통령은 법학과 79학번으로 우애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2022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뒤에는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일했다.
반면 이 회장 선임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농협금융은 민간 금융사지만 농‧축산업인을 대상으로 각종 정책금융을 실행하는 창구 역할도 맡고 있어 정부와의 교감이 필요해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이 회장이 이 역할을 맡기에 적합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이 회장은 연초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치금융 논란에 대해 “제가 안고 가야 할 문제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정치권과 어떻게 소통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정치권뿐 아니라 농협중앙회와도 원만하게 교류해 금융 현안에 관한 우리 회사의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회장이 임기를 시작한 올해 농협금융이 직면한 과제의 키워드는 ‘건전성 관리’다. 농협금융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9471억원으로 KB금융(1조4976억원)‧신한금융(1조3880억원)‧하나금융(1조1022억원)에 이어 업계 4위 수준이다. ‘빅4’ 위치를 유지하려면 상반기 기준 적어도 1조8000억원 가량의 순익을 달성해야 한다. 2분기 기준 8500억원이 넘는 실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와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금융지주사 전반에 건전성 문제가 실적 변수로 떠올랐다. 부실채권 비중을 나타내는 농협금융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1분기 말 기준 0.41%로 지난해 말(0.3%) 대비 0.11%포인트 올랐다. 자회사인 NH투자증권의 NPL 비율은 같은 기간 0.8%에서 2.13%로, NH저축은행은 1.47%에서 2.46%로 각각 상승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일하는 방식 바꾸자” 약체 예산실, 체육대회 우승도
尹과 대학시절 우애 … 캠프 합류해 특별고문 맡아
‘낙하산’ 논란 딛고 농협금융 ‘글로벌·디지털’ 추진
“새로운 생각과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는 임직원‧중소기업 등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겠다. 틀을 깨고 비상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사람에게 주목할 것이다. ‘농협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잘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초 취임 직후 가진 약식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임기 동안 농협금융을 키우기 위해 핵심 사업 키워드로 ‘초일류’를 꼽았다. “임직원 각자가 맡은 업무부터 1등이 되면 그러한 1등들이 모이고 모여 농협금융이 초일류 금융지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이 회장은 20개 프로젝트와 196개 실행 과제로 구성된 ‘농협금융 초일류 역량 내재화 프로젝트’를 수립해 2025년까지 달성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재경부 요직 거친 ‘에이스’
1959년 5월 부산에서 태어난 이 회장은 부산 동아고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중앙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에서는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재정부에서 일할 때 금융‧예산‧재정‧정책조정 등 주요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실력파’ 경제 관료로 평가받는다. 사무관으로 근무할 당시 재무부 국고국‧이재국‧재무정책국 등에서 일했다. 이후 재정경제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수관리과장을 거쳐 2022년 재경부 금융정책국 증권제도과장을 맡았다. 증권‧채권‧기업회계 관련 제도를 입안하는 역할을 맡은 부서다. 증권제도과장 시절에는 증권시장 관련 구조 개편 작업을 주도했다. 금융기관 주식 투자를 유지하고자 주식과 채권의 중간 형태인 신종증권 발행을 추가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2004년에는 재경부 핵심 요직인 총무과장을 맡았다. 재경부 인사‧조직 등 행정 전반을 책임지면서 비서실장과 함께 경제부총리를 보좌하는 자리다. 당시 이 회장은 내부 공모 방식을 통해 행정고시 제24~25회 선배들을 제치고 총무과장에 올라 이목을 끌었다. 재경부 혁신기획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간부들의 혁신 마인드를 높이기 위해 재경부가 완전히 사라지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대응법을 모색하는 간부혁신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기획예산처 장관정책보자관을 거쳐 기획재정부 행정예산심의관과 경제예산심의관으로 근무했다.
경제예산심의관으로 일하던 2010년에는 국가재정운용계획 농림수산식품 분야 작업반에 참여했다. 당시 그는 “쌀 직불제와 농기계 임대사업 개편을 통해 제도 자체를 재설계한다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국가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농업 부문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고 지출을 효율화할 시점”이라고 농업 부문 개혁을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 회장은 공직 시절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통해 업무를 봤다는 평을 받는다. 부하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웠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경제예산심의관을 지낸 뒤에는 정책조정국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정책조정국장 시절에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 서비스 산업 선진화 등을 통해 현안 해결에 앞장섰다. 이후 임기를 마친 뒤 금융위원회 파견 상임위원직을 맡다가 기재부 예산실장에 임명됐다. 예산실장은 기획예산처나 경제기획원 등 출신들이 도맡아왔단 점에서 이 회장의 임명은 파격 인사로 주목받았다.
“회의 없애고 여름휴가 보장” … 기재부 분위기 바꿔
당시 예산실은 업무가 과도하게 많아 사무관들이 근무를 꺼리는 경향이 심했다. 나랏돈을 직접 만지는 업무 특성상 야근 등 추가근무가 잦아 악명이 높았다. 취임 후 이 문제를 실감한 이 회장은 우수 인력을 끌어오기 위해 ‘야간 및 주말 예산 심의 금지’ ‘휴가 보장’ 등을 내걸고 직접 예산실 홍보회를 주최했다.실제 업무 부담을 완화하고자 평일 오후 7시 이후 회의와 토요일 예산 심의 과정을 없앴다. 직원들의 야근을 줄이기 위해 매일 오전 8시30분 실국장과 주요 과장이 참석하는 회의를 미리 열어 그날 업무를 사전에 조율했다. 또 직원들의 여름휴가를 보장하고자 매년 6월 말까지 받았던 각 부처 예산요구서를 열흘 앞당겨 제출하도록 했다. 1차 예산 심의도 한 주 당겨 종료했다. 부서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직원들과 업무 외적으로 적극 교류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기재부 체육대회에서 만년 약체팀으로 꼽혔던 예산실을 우승팀으로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년 대회에서 예산실은 단 한 종목에서도 점수를 내지 못해 ‘꼴찌’에 머물렀다.
같은 해 이례적으로 예산실 직원 150여 명과 함께 청와대를 찾아 대통령과 오찬을 가졌다. 대내 경기가 힘든 상황에서도 ‘균형 재정’ 기조를 지키며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예산실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국무조정실장 거쳐 尹 캠프 참여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2016년에는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이 돼 1년4개월간 직무를 수행했다. 당시 청와대는 이 회장을 국무조정실장에 발탁하며 “창조경제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사회의 각종 현안을 조정해나갈 능력이 탁월한 적임자”라고 설명했다.하지만 박 정부는 탄핵으로 막을 내렸고 이 회장도 국무조정실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당시 그는 '공직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이 회장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한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었다. 2021년 4월 보궐선거에 승리한 오 시장이 이 회장에게 서울시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꾸려진 '서울비전 2030위원회 총괄위원장'을 부탁한 것. 이 회장도 공직을 떠나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이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021년 여름 당시 전 검찰총장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의 첫 번째 영입 인사로 합류해 캠프 일선을 지휘했다. 윤 대통령과는 서울대 재학 당시부터 인연이 있었다. 이 회장은 경제학과 78학번, 윤 대통령은 법학과 79학번으로 우애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2022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뒤에는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일했다.
순탄치 않았던 농협금융 취임 여정 … “결과로 증명할 것”
올 초에는 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이 회장은 임명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도 겪었다. 임명 당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지난해 말 이 회장이 차기 농협금융 회장 후보로 떠오른 것에 대해 정부가 민간 금융사 인사에 개입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농협금융지주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당초 연임 가능성이 높았던 손병환 전 회장 대신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 회장을 유력 후보로 내세우면서다.반면 이 회장 선임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농협금융은 민간 금융사지만 농‧축산업인을 대상으로 각종 정책금융을 실행하는 창구 역할도 맡고 있어 정부와의 교감이 필요해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이 회장이 이 역할을 맡기에 적합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이 회장은 연초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치금융 논란에 대해 “제가 안고 가야 할 문제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정치권과 어떻게 소통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정치권뿐 아니라 농협중앙회와도 원만하게 교류해 금융 현안에 관한 우리 회사의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회장이 임기를 시작한 올해 농협금융이 직면한 과제의 키워드는 ‘건전성 관리’다. 농협금융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9471억원으로 KB금융(1조4976억원)‧신한금융(1조3880억원)‧하나금융(1조1022억원)에 이어 업계 4위 수준이다. ‘빅4’ 위치를 유지하려면 상반기 기준 적어도 1조8000억원 가량의 순익을 달성해야 한다. 2분기 기준 8500억원이 넘는 실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와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금융지주사 전반에 건전성 문제가 실적 변수로 떠올랐다. 부실채권 비중을 나타내는 농협금융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1분기 말 기준 0.41%로 지난해 말(0.3%) 대비 0.11%포인트 올랐다. 자회사인 NH투자증권의 NPL 비율은 같은 기간 0.8%에서 2.13%로, NH저축은행은 1.47%에서 2.46%로 각각 상승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