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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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스마트폰 첨단소재 제조기업의 직원이 경쟁사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핵심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기술유출 범죄가 잇따르면서 법원의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대전지방검찰청 특허범죄조사부(부장검사 정지은)는 국내 첨단소재 제조업체 A사의 전 품질관리팀장인 B씨를 연성동박적층판(FCCL) 제조기술 자료 등을 경쟁사에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B씨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경쟁사 C사와 이 회사 직원 세 명도 법정에 서게 됐다. FCCL은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동박을 입힌 회로기판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여러 전자기기의 핵심소재로 쓰인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A사로부터 희망퇴직을 제안받고 C사로 재취업을 준비하던 지난해 12월~올해 3월 FCCL 제조기술과 품질관리 기술자료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C사는 올해부터 FCCL를 양산한다는 계획 아래 B씨한테 받은 자료를 품질문서 작성 등에 사용했다.

최근 600억원을 투자해 새 FCCL 생산라인을 구축한 A사는 핵심기술 유출로 적잖은 피해를 입게 됐다. 연매출 1조원대 기업인 A사는 2021년 글로벌 FCCL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FCCL 판매로만 연간 1000억원가량의 매출을 내고 있다.

고강도 수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기술유출 범죄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달에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설계 노하우가 담긴 자료를 빼내 중국에 ‘복제 공장’을 지으려던 일당이 재판에 넘겨져 산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이번 범행으로만 최대 수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법조계에선 양형기준 높여 기술유출 범죄에 더욱 강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사람은 3년 이상 징역을 받도록 돼있지만 실제로 무거운 처벌이 이뤄진 사례는 찾기 어렵다.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세메스 전 연구원이 지난 11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게 가장 무거운 처벌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 기본 징역 1년~3년6개월, 가중 처벌할 경우 최장 징역 6년인 기술 유출범죄의 양형기준을 바꾸는 준비를 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