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으로 1조 매출…메가스터디 "내가 나쁩니까" [안재광의 대기만성'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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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악'으로 지목될 때마다 폭풍 성장
의대 열풍에 초중등 사교육 시장도 커져
의대 열풍에 초중등 사교육 시장도 커져
그런데 어느날 손주은 회장이 TV 홈쇼핑 보다가 쇼핑도 TV로 하는데 강의는 왜 못하겠냐 싶어서 인강, 인터넷 강의를 시도합니다. 메가스터디가 최초의 인강 업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렇진 않아요. 이전에도 인강은 있었거든요. 근데, 대부분 실패했죠. 왜냐하면, 초창기 인강 업체들은 IT 기술에 집중했거든요. 홈페이지 멋있게 잘 만들고, 서비스 구성을 어떻게 하고. 뭐 이런 걸 잘 하려고 했어요. 생각해 보면 이 때가 1990년대 후반 닷컴 열풍이 불 때였잖아요. 실생활에 있는 것을 그냥 인터넷으로 옮기기만 하면 다 돈이 되는 줄 알았죠. 그런데, 손주은 회장은 닷컴 기술 이런거 잘 모르겠고, 우선 강사가 중요한 것 아니냐. 일타 뜨면 대기 접수 줄이 수 백미터인데, 인터넷이라고 다르겠냐. 기술보다 중요한 게 사람이다. 무조건 좋은 강사 확보해서 강의하면, 홈페이지 대충 만들어도 볼 사람 다 본다, 이런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이 생각이 딱 들어 맞습니다. 창업 4년 만인 2004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정도로 큰 성공을 합니다. 그 해 매출이 500억원 가량 했는데요, 2년 만인 2006년에 1000억원을 넘겼고, 지난해 1조원에 육박했습니다. 그냥 일타 강사로 남았어도 수 십억원, 수 백억원 벌었겠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1조원 짜리 회사를 일군 겁니다. 메가스터디가 교육 재벌이 된 것을 불편해 하는 사람도 많아요. 학생이 학교에서 잘 배워야지, 학원에 의존하는 게 말이 되냐. 학부모들 주머니나 털어서 학원으로 재벌 된 게 잘한거냐. 이런 지적입니다. 합당한 지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꿔 말하면 공교육이 못 채워주는 것을 메가스터디 같은 사교육 업체들이 채워준 것이기도 하잖아요.
예컨대 2004년 정부가 EBS 수능 강의를 인터넷에서 볼 수 있게 했죠. 이 때도 요즘과 비슷했어요. '공교육을 내실화 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EBS 방송만 보면 수능 푸는 데 일절 어려움 없게 하겠다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EBS가 메가스터디를 이기진 못했습니다. 당시 메가스터디는 '교재는 EBS, 방송은 메가스터디'란 슬로건을 내세워서 오히려 더 인기를 끌었습니다. EBS에서 잘 하는 강사가 있으면 연봉 잔뜩 주고 스카우트 해서 EBS를 마치 일타 강사 오디션장으로 활용하기까지 합니다. 국어 일타 이만기, 한국사의 이다지가 대표적인 EBS 출신 강사죠. 2010년에도 위기가 찾아오는데요, 이 때도 EBS가 등장합니다. EBS만 보면 누구나 대학 갈 수 있다, 비슷한 말을 정부가 또 합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EBS와 수능의 연계율을 70%까지 끌어 올리기로 해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사교육을 아예 없애 버리겠다"고 했어요. 메가스터디 같은 회사를 사회 악으로 봤습니다. 이것도 요즘과 비슷해 보입니다. 이게 당시 메가스터디 매출인데요. 2011년 이후에 몇 년 간 정체된 것이 보이시죠. 정부 방침으로 메가스터디가 없어지거나 확 쪼그라 든 것은 아니지만, 성장세가 꺾인 것은 맞습니다. 정부 정책이 타격을 준겁니다. 근데, 메가스터디는 이후에 대학 편입 시장에서 최강자였던 아이비김영을 인수했고, 최상위권 학생을 타깃으로 한 러셀학원을 설립하는 식으로 사업을 더 확장해서 극복해요. EBS가 학생들에게 못 주는 것을 어떻게든 찾아내서 시장을 만들어 갔던 것이죠.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에는 수능에서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는데요. 이 때도 학생들의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정부 정책 탓에 '수능이 물수능이 됐다', '변별력이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게 됩니다. 상위권 학생들은 영어는 제끼고 국어, 수학 이런 과목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른 과목들 표준 점수가 올라가니까, 수능 위원들이 국어, 수학 문제를 어렵게 내기 시작합니다. 요즘 문제가 된 킬러 문항이 이렇게 나온거죠. 다 어렵게 낸 것은 아니고 만점자가 안 나오게 몇 개 문제만 베베 꼬아 놓아요. 그게 또 사교육을 조장하고. 정부의 교육정책은 늘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 부담 경감인데. 결과는 늘 사교육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더 의지하는 '악순환'이 된 겁니다.
사실 메가스터디는 설립 이후 내내 사교육 잡겠다는 정부와의 싸움이었어요. 이 싸움에서 계속 이겨서 지금에 이르렀지만요. 하지만 진짜 싸움은 정부가 아니에요. 손주은 회장이 가장 염려한 것은 정책이 아니라, 학생수가 줄고 있다는 겁니다.
요즘 애를 잘 안 낳다보니 학령인구,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학생 수를 학령인구라고 하는데요, 이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2015년만 해도 755만여명에 달했는데, 2019년 600만명대로 감소했고, 이 추세대로 가면 2030년이면 400만명대로 떨어질 전망이에요. 메가스터디에 아무리 일타 강사가 많고, 좋은 강의가 많다고 해도 학생수가 급격히 감소하는데 메가스터디라고 방법이 있겠어요. 그럼 어떻게 극복하냐. 우선 수강료를 높게 받으면 되겠죠. 교육 당국이 대입 전형을 자꾸 바꾸면서 사교육 잡겠다고 하는데요. 이럴 때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더 절박해 집니다. 우선 바뀌면 대응을 해야 하는데, 대응을 가장 잘 하는 게 학원이잖아요. 사교육 기업들은 이 절박함을 이용, 아니 활용해 새로운 강사들을 발굴하고 새로운 수업들을 선보여요.이걸 한번 보세요. 학령인구가 계속 줄었는데도 사교육비는 계속 늘죠. 2016년 18조원, 2019년 20조원을 차례로 넘어 2022년에는 26조원에 육박하고 있어요.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5년 24만4000원에서 2022년 41만원으로 급격히 상승합니다. 메가스터디의 경우 수능 강의 자유이용권 같은 '메가 패스'란 게 주력 상품인데요. 메가패스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어요. 작년 10월에 2024학년도 수능 메가패스 가격을 공개했는데요, 베이직 과정은 기존 대비 21%, 프리미엄은 12~14%씩 올렸습니다. 프리미엄 패스의 경우 100만원도 넘어요. 물론 할인 받고, 포인트로 돌려받고 하면 좀 싸지긴 하는데 그렇게 해도 디지털대성이나 이투스 같은 경쟁사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합니다. 메가스터디의 고등부 인강 시장 점유율은 작년 기준 69%에 달해요.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가격 결정권이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에 있죠. 가격 더 올려도 볼 사람은 다 본다는 얘깁니다. 메가스터디의 또 다른 전략. 수능 말고 다른 중등, 초등 이런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메가스터디가 수능 강의로 성공한 뒤에 편입, 공무원 같은 대학생들과 취업 시장, 그리고 중등, 초등, 더 나아가 유치원생까지 확장해요. 유치원부터 취업까지 교육 시장을 다 잡아먹겠다는 거죠. 특히 중등부는 메가스터디가 공을 들이는 시장인데요. 요즘 의대 열풍이 불잖아요. 의대는 최상위권 학생만 갈 수 있는데, 이거 고등학생 때부터 준비할 겁니까. 요즘은 중학생, 초등학생 때부터 준비하죠. 초등학생, 중학생 대상으로 목표하는 대학 전공을 물었더니 가장 많이 나온 게 의대였어요. 자연과학 계열까지 합하면 40%에 육박해요. 의대, 자연과학 학과 가려면 뭘 잘해야 합니까. 이과는 수학이죠. 이 수학은 어떻게 할겁니까. 결국 학생들이, 혹은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대학에 입학하고 전공을 하려면 수학에서 결판나고, 이 수학을 메가스터디가 어릴 때부터 잡을수 있도록 돕겠다 이러는데 학부모들 지갑이 막 열리죠. 이거 잘 통하고 있어요. 중등 시장에서 엠베스트 시장 점유율은 70%나 합니다. 또 초등 과정, 이건 '엘리하이'란 이름으로 하던데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점유율이 23%까지 올라갔습니다.
여기에 공무원 시험 같은 취업 사교육 시장도 장악하려고 해요. 메가스터디 자체적으로 하다가 잘 안 되니까 이쪽 시장에서 최강자인 ST유니타스 인수를 시도하고 있어요. ST유니타스는 공단기, 영단기란 이름으로 더 유명하죠. 공무원 시험, 토익 같은 영어시험, 법무사, 노무사 같은 전문 자격증 같은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 특화 돼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수 승인만 하면 메가스터디는 초등, 유치원 제외하고 모든 사교육 시장에서 독보적인 1등이 될겁니다. 손주은 회장을 보면 참 대단한 게 늘 '명분'을 앞세워 큰 돈을 벌어요. 서울 강남에서 소수 정예 학원 강사 할 땐, 소수의 돈 있는 사람들 자녀들만 혜택 보게 하는 것 같아서 괴로웠다고 해요. 그래서 큰 학원으로 옮겨서 그가 말하는 대중 강의 누구나 들을 수 있는 2, 3만원 짜리 강의를 하죠. 이 대중 강의를 손주은은 전국 일타 강사로 유명해지고 큰 돈을 법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어요. 지방 사는 학생들은 또 어떻게 할거냐. 지방 애들도 일타 강의 듣게 하겠다, 하는 명분으로 나온 게 메가스터디입니다.
이런 식으로 좋은 명분이 있었지만, 잘 들여다 보면 더 큰 시장으로 계속 옮겨 가면서 매출을 불린 겁니다. 그런 손주은 회장이 앞으로 사교육은 미래가 없다고 요즘, 아니 요즘은 아니고 몇 전 부터 말을 하고 다녔어요. 학생수가 이렇게 줄면, 대학에 학생이 부족해서 서열화가 깨지고, 그럼 지금 처럼 사교육에 돈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인데요. 그럼 앞으로 손주은 회장은 또 어떤 명분을 내세워 회사를 키울 지 궁금해 집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