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민간임대 매매예약금 금지하는 법안 반대"
민간임대주택을 분양 전환할 때 우선 분양권을 주기 위해 임차인에게 받아오던 ‘매매예약금’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다. 임차인(세입자)은 “법적 근거도 없고 임차인 보호 장치가 없는 매매예약금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건설업계는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높아진 공사비의 일부를 충당할 수 있다”며 매매예약금을 금지하는 법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12일 건설업계 단체들은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매매예약금을 금지하는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의무임대기간 중 미래의 매매를 전제로 받는 매매예약금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간임대주택은 임대사업자가 통상 10년 동안 임대 목적으로 제공하는 주택이다. 임차인은 의무임대기간 10년 동안 거주한 뒤 분양으로 전환할 수 있는다는 장점이 있다. 분양전환 때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최근 몇 년 동안 고분양가 논란을 겪은 지역에서 민간임대주택으로 전환해 공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행사가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권을 제공하겠다며 매매예약금을 요구해 논란을 빚었다.

작년엔 서울 도봉구의 한 민간 임대 아파트 시행사가 임대보증금과 별도로 입주예정자에게 3억원의 매매예약금을 요구해 입주예정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통상 수억원에 달하는 매매예약금은 특별한 규정이 없어 시행사마다 요구하는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임차인으로서는 임대보증금에 매매예약금까지 내고 나면 일반적인 아파트 매매대금에 육박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 특히 건설사나 시행사 등 임대사업자가 임대기간 10년 안에 파산하거나 부도 낼 경우 매매예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건설업계에서는 매매예약금은 크게 늘어난 사업비를 충당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간임대주택을 운영하는 10년 중 사업 초기에는 이윤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주택 건설 비용이 예상보다 높아져 비용 압박이 크다고 주장한다. 매매예약금의 지급 보장과 관련해서는 신탁 방식 등을 도입해 해소할 수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매매계약금은 순기능이 많기 때문에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분양을 원하지 않을 때 전액 상환하거나, 매매예약금에 대해 신탁 방식을 활용하면 임차인의 권리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건설업계의 주장도 일정 부분 일리가 있지만 임차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개정안 심의를 지켜봐야 하지만 법안의 주요 내용에 공감하고 있다”며 “임차인 피해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에 지난 2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