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고차 가격이 지난달 10%대 급락세(전년 동월 대비)를 보였다. 근원 CPI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물가 지표다. 중고차 가격 급락이 근원 CPI 안정으로 이어지면 Fed 긴축정책도 조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중고차 소매가 선행지표 하락

美 중고차값 10% 급락…"근원물가도 잡히나" 기대감 솔솔
11일(현지시간) 미국 중고차 경매업체인 만하임에 따르면 중고차 도매가격을 나타내는 만하임지수는 지난달 215.1을 기록했다. 만하임지수는 중고차 거래 500만 건 이상을 분석해 기준값(100)인 1955년 중고차 가격과 비교한 지표다.

지난달 만하임지수는 5월보다 4.2% 급락했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시기인 2020년 4월(11.4%) 후 3년2개월 만에 최대 하락률이다. 팬데믹 기간을 빼면 2008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6월 만하임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하면 10.3% 떨어졌다. 2021년 7월 이후 1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로 6월 기준 역대 최대 하락률이다. 1년 전과 비교한 만하임지수는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 연속 내렸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4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만하임지수는 급등했다. 일반적으로 만하임지수가 오르면 2~3개월 후 중고차 소매가격이 상승하는 형태로 미국 CPI에 반영됐다. 중고차가 근원 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달한다. 실제 5월 근원 CPI가 전월보다 0.44% 올랐는데 이 가운데 0.14%가 중고차 가격 상승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만하임지수가 떨어짐에 따라 CPI의 중고차 지표도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JP모간은 “만하임지수 하락이 향후 수개월간 CPI의 중고차 지표에 반영될 것”이라며 “CPI상의 중고차 가격은 오는 9월에 전년 동기 대비 5.7%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마켓워치는 “월가에서 만하임지수를 인플레이션 예측 지표로 쓰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고 했다.

○Fed 3인자 “금리 계속 올려야”

만하임지수의 효용이 떨어지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스페트라마켓의 브렌트 도넬리는 “인플레이션이 4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던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만하임지수를 통해 근원 인플레이션을 예측하기 좋았지만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기 시작한 올 들어선 만하임지수의 신뢰도가 약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Fed 고위 인사는 중고차보다 신차 시장을 중요하게 여겼다. Fed 3인자로 통하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고차는 2차 상품이기 때문에 중고차 시장을 신차 시장의 파생상품으로 생각한다”며 “신차 시장을 소비자 수요의 핵심 요소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CPI 항목 중 신차 가격은 5월에 1년 전보다 4.7% 상승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연 2%로 내리려면 여전히 할 일이 더 남아있다”며 “10년이 아니라 수년 내 물가 안정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 확률은 낮아지고 있다고 봤다. 윌리엄스 총재는 “6개월 전만 해도 올해 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1분기 성장률이 2%로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며 “이런 상황이 내 견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침체는 예상하기 매우 어렵지만 나의 기본 예측에 경기 침체는 없다”며 “다만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성장세가 다소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