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너 자신을 알라
얼마 전 수도권 한 고등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경영과 마케팅에 대해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가장 궁금해하는 사전 질문을 받아 보니 “어떻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빠르게 오를 수 있었는가?” “성공하는 지름길은 무엇인가?”였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강연 첫머리에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꿈이 무엇인가?”였다. 한 달에 10억원 벌기, 한강 뷰 아파트에 살기 등 다양한 인생 목표를 듣고 필자는 한 가지 추가 질문을 던졌다. “지금 각자의 스마트폰에서 유튜브 앱을 열고 가장 최근 검색 내역을 확인하라.” 게임, 노래, 격투기 등의 답변이 나왔다.

과연 나의 관심사, 취미, 검색어가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와 일치하는가? 이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었다. 신입사원 채용 면접관, 대학 입시 면접관으로서도 비슷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수험생의 대학 입시와 구직자의 입사 지원, 기업의 마케팅은 어찌 보면 일맥상통한다. 자기 자신, 경쟁자, 구애 대상에 대한 적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위의 질문에 자신 있게 답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케팅을 잘하는 방법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마케팅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흔히 마케팅은 4P(제품, 가격, 장소, 판촉)라고 하고 또 그렇게 알고 있다.

조금 더 들어가 4P가 ‘무엇을(WHAT)’에 대한 관점이라면 그 이전에 ‘어떻게(HOW)’에 대한 STP와 SWOT 분석이 있다. 불행하게도 여기에서 대부분 사람은 ‘왜(WHY)’를 고민하지 않는다. 즉, 제대로 된 3C(고객, 경쟁사, 자사) 분석이 빠져 있는 것이다.

실패하는 마케팅과 성공하는 마케팅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필자는 거의 3C가 아닌 2C 분석에 그친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글로벌 경쟁사와 최근 고객 트렌드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모아 분석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한 고찰은 미흡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 질문을 던지고 대답해보자. 나의 목표, 지금 내가 처한 상황, 나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또 인정하는 것이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모르면서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가? 골든 서클의 핵심은 ‘무엇(WHAT)’이나 ‘어떻게(HOW)’가 아니라 ‘왜(WHY)’에서 시작한다.

최초로 자동차 양산체제를 확립한 헨리 포드가 말했다. “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봤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If I had asked people what they wanted, they would have said faster hor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