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12일 ‘탈(脫)가전’을 선언하고 2030년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이날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LG전자가 12일 ‘탈(脫)가전’을 선언하고 2030년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이날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1958년 금성사로 출범한 LG전자가 대전환을 예고했다. 65년간 유지해온 ‘가전 기업’의 틀을 깨겠다는 게 핵심이다. ‘TV·세탁기만 팔아선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30년 콘텐츠 등 무형(비하드웨어), 자동차 전자부품, 신사업 등 3대 사업의 매출 비중을 가전보다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현재의 5배가량인 10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3대 신사업 매출 비중 50%↑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12일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무형·전장·신사업 등 3대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한편 사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2030년까지 5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형 사업은 콘텐츠·서비스·구독·솔루션 사업 등을 아우른다. 들쭉날쭉한 TV·세탁기 등의 판매 실적을 보완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수익을 늘려나간다는 전략이다.

LG전자 스마트TV 플랫폼인 ‘웹OS’와 여기에 내장된 무료 동영상 서비스 ‘LG채널’이 대표적이다. 넷플릭스 같은 앱을 LG전자 TV의 웹OS에 깔아 수수료를 받고 있다. 여기에 LG채널을 통한 광고 수익도 큰 폭으로 뛰고 있다. LG전자는 LG채널의 광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영화, 드라마를 비롯한 ‘킬러 콘텐츠’ 확보에 5년 동안 1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무료 영화, 드라마, 뉴스를 보려는 시청자가 늘어날수록 광고 판매 수입도 불어난다. LG채널 서비스 이용자는 지난해 2000만 명에서 올해 4800만 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무형 사업의 다른 축인 구독 사업에도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가전제품을 빌려주고 유지·관리하면서 매출을 올리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최근 5년간 구독 사업의 연평균 매출증가율(CAGR)은 30%를 넘었다.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은 전장 사업을 중심으로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전장 사업은 2030년까지 매출을 20조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올해 전장 매출 전망(10조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2030년 매출 목표를 달성해 ‘글로벌 톱10 전장업체’ 대열에 합류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미래자동차 사업도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기차 충전, 메타버스 등의 신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NOVA)를 중심으로 유망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시가총액 100조원 목표

LG전자는 ‘트리플7’ 재무전략도 소개했다. 2030년 연평균 매출 증가율 7%, 영업이익률 7%를 달성하고 기업 가치(시가총액)를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7배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이다.

매출 증가율 7%는 올해 매출 증가율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2.7%)에 비해 2~3배 높은 수준이다. LG전자는 2030년 매출 100조원을 목표로 잡았다. 혁신을 통해 높은 수준의 매출 증가율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영업이익률 7%도 눈길을 끄는 목표다. LG전자의 최근 3년 영업이익률은 3~7% 수준이다. 몸집을 키우면서도 ‘실속 있는 장사’를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LG전자의 현 시가총액은 EBITDA의 세 배 수준이다. 매출·영업이익률 목표치로 산출하면 2030년 시가총액을 이날 종가(19조6705억원)의 5배 수준인 98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LG전자 주가는 60만원 안팎에 달하게 된다.

조 사장은 내부적으로 ‘일하는 방식’도 혁신할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조직문화 혁신 캠페인인 ‘리인벤트(reinvent·재창조) LG전자’를 선포했다. 일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확 바꾼다는 방침이다. 지금의 일하는 방식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김익환/최예린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