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이 올해 들어 네 번째 만남에서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문제를 처음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처리수 방류 점검 과정에 한국 전문가 참여와 방사성 물질 농도 기준치 초과 시 즉시 방류 중단 등을 요구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방출 중단 등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2일 빌뉴스의 한 호텔에서 약 30분간 정상회담을 하고 처리수 방류와 북한 도발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두 정상이 만난 건 지난 5월 히로시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윤 대통령은 “원자력 안전 분야의 대표적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고 전제한 뒤 “방류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적인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계획대로 방류의 전 과정이 이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으로 우리 측과 공유하고, 방류 점검 과정에 우리 전문가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방류를 중단하고 우리 측에 그 사실을 바로 알려달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리로서 해양 방출 안전성에 만전을 기하며 자국민 및 한국 국민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방출은 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만일 모니터링을 통해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계획대로 즉시 방출 중단을 포함해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우선 2017년 중단된 한·일 고위경제협의회를 연내 재개한다.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 관계는 개선과 발전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 제가 일·한 관계의 새 시대를 함께 개척하는 사이 정부와 민간 양측에서 폭넓은 분야의 협력이 이뤄지는 것을 환영한다”며 “국방장관회담, 재무장관회의, 게이단렌-전국경제인연합회 협력 등이 좋은 사례”라고 화답했다.

이번 한·일 회담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여섯 번째다. 외교가에서는 양국 정상의 ‘셔틀외교’가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회담장에 먼저 와 있던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이 들어서자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기도 했다.

빌뉴스=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