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둔화에 걷힌 '금리인상 공포'…브렌트유 80달러 돌파 [오늘의 유가]
브렌트유 80달러 돌파, 4월26일 이후 처음
전망 밑돈 6월 CPI, '금리 2번 인상' 가능성도

원유 재고, 594만 배럴 늘어 월가 전망과 반대

국제 유가가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일제히 올랐다. 물가 인상이 둔화되자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공포가 줄어들면서다.



12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1.38% 오른 배럴 당 75.75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9월물은 런던상품거래소(ICE)에서 1.03% 오른 80.22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가 80달러를 넘긴 것은 지난 4월26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유가 상승을 이끈 것은 미국 CPI 지수 발표였다. 6월 미국 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올라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 상승 폭인 4.0%과 월가 전망치인 3.1%보다 낮은 수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기 대비 4.8% 오르며 월가 전망치(5.0%)와 전월 상승 폭(5.3%)을 밑돌았다.

물가 상승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자, 시장은 이를 미국 중앙은행(Fed)가 예고한 '올해 두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이 줄어든 신호로 받아들였다. Fed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기준금리가 현재 5.0~5.25%에서 5.5~5.75%까지 오를 가능성을 전날보다 7.5%포인트 줄어든 14.8%로 전망했다. 7월 FOMC에서 한 차례 금리를 올리더라도 9월에는 쉬어갈 가능성을 시장이 높게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가 둔화에 걷힌 '금리인상 공포'…브렌트유 80달러 돌파 [오늘의 유가]
마켓워치에 따르면 원유 거래자들은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 경제가 지금의 경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IA 자산관리의 콜린 시에진스키 수석 시장전략가는 "현재 견고한 경제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달러화 하락세도 유가를 떠받치는 요소 중 하나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ICE 달러지수는 전장보다 1% 이상 하락한 100.532까지 떨어졌다. 원유 매매에 사용되는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경우 매수자에게 호재다.

미국 원유 재고는 전문가 전망치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으나, 시장의 큰 흐름을 꺾지는 못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지난 7일로 끝난 한 주 동안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594만6000배럴 늘어난 4억5812만8000배럴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10만 배럴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월가 예측과 반대 결과다.

지난주 미국의 정제 설비 가동률은 93.7%로 직전 주의 91.1%에서 상승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91.3%를 예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