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Fed)이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미국 경제가 향후 몇 달간 ‘느린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과 물가도 차차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 연은 곳곳에서는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Fed는 이날 공개한 베이지북에서 “지난 5월 말 이후 미국의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소폭 증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Fed가 관할하는 12개 지역 중 지난 5월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경제 활동이 증가한 지역은 5곳이었다. 5곳은 변화가 없었고, 2명은 경제 활동이 소폭 하락했다.

고용 역시 대부분 지역에서 일자리가 소폭 증가했다. 의료와 운송, 고숙련 직종 등은 여전히 인력을 충분히 채용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고됐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기업들의 채용이 더욱 까다로워졌다. 채용이 그만큼 쉬워졌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최근 치솟았던 이직률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는 것으로 보인다고 응답했다. 임금 상승률도 완화됐다.

물가는 전반적으로 완만한 상승세였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상승 속도가 둔화됐다고 보고했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꺼리기 시작한 것이다. 보고서는 “물가가 향후 몇 달 동안 안정적이거나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격 인상 속도는 업종별로 달랐다. 인력 중심의 서비스업 기업들은 비용 압박이 여전히 높았지만, 제조업 부문 기업들은 자재 등 비용압박이 낮아졌다. 비용이 감소한 기업들은 수익성이 개선된 만큼 가격 인상의 압력도 덜하다.

베이지북 내용은 이날 발표된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상응하는 결과다. 전년 동기 대비 CPI 상승률은 3.0%로 약 2년 만의 최저치였다. 시장 전망치(3.1%)보다 낮았다.

Fed는 그 밖에도 “대출 활동이 위축되면서 은행여건이 (3월 은행위기에서) 대부분 안정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상업용 부동산 위기는 미국 곳곳에서 지적됐다. 미국은 경기 침체 우려와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최근 사무실 공실률이 높아진 상황이다.

뉴욕 Fed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거의 변동이 없으며 사무실 공실률은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와 리치몬드 Fed도 상업용 부동산 활동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베이지북은 오는 25~2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데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