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유 더 비싸지나…남유럽 역대급 가뭄에 가격 2배 껑충 [원자재 포커스]
세계 최대 올리브 생산국 스페인 가뭄 피해
올리브유 가격, ㎏ 당 4유로 →7유로 뛰어


올리브 주요 생산지인 남유럽 국가에서 가뭄 등 이상 기후가 지속되면서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의 올리브유 가격은 지난해 9월 킬로그램(㎏) 당 4유로(약 5700원) 선을 넘어섰으며 최근 7유로(약 9970원)로 치솟았다.

스페인뿐 아니라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주요 올리브 생산국에서 강수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올리브유 한 병의 평균 가격은 5월까지 지난 1년간 47% 올랐다.

세계 최대 올리브 생산국인 스페인에서는 올리브 작황 소식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올리브유는 스페인 장바구니 물가에 가장 중요한 제품이다. 소비 심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페인은 2022~2023년 수확 기간 올리브유 생산량이 62만t에 그쳐 전년의 150만t 절반 수준에도 못미쳤다. 올리브유 공급량은 4주 마다 약 8만t씩 감소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수확이 시작되기전 3개월 분의 비축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페인 환경부에 따르면 국가 3분의 1이 장기간 가뭄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주 스페인의 저수지 수위는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부 지역은 가뭄 피해가 심각하다. 3년 넘게 가뭄을 겪고 있는 카탈루냐에서는 주민 1인당 하루 평균 물 공급량을 줄이는 법안을 도입했다.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 동쪽에 있는 저수지에서는 가뭄으로 강이 마르면서 15세기에 건립된 공중목욕탕이 발견되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스페인 정부는 지난 5월 농민들과 일반 시민들이 가뭄에 대처할 수 있도록 22억 유로(약 3조1370억원)의 재정지출을 승인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달 반가운 비가 내리면서 가뭄이 다소 해소됐다. 하지만 나무에 열매가 맺히려면 적기에 비가 내려야 하는데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다.

원자재 데이터 회사인 민텍에 따르면 올리브를 생산하는 남유럽 국 내 올리브유 재고는 5월말 26만5000톤에서 현재 20만5000톤 수준으로 줄었다.
유럽 올리브유 가격 변동 추이. kg당 가격. 사진=민텍, FT
유럽 올리브유 가격 변동 추이. kg당 가격. 사진=민텍, FT
민텍의 애널리스트인 캘리 홀란드는 "(올리브가) 매우 흉작이었고, 가격이 역대가로 올랐다"며 "문제는 이런 가격 상승이 이번 시즌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연합(EU)는 전세계 올리브유의 3분의 2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올리브유는 미국, 브라질, 일본 등 전세계로 수출된다.

유럽 내 올리브 흉작이 전세계 올리브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유럽의 높은 금리가 올리브유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하이엔대학의 후안 빌라르 교수는 "이자율이 높은 수준인데다 에너지 위기로 비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농부들의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