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가 고사 위기인데 정부가 백신 개발 및 임상 후기 단계 기업만 지원할 때입니까.”한 바이오업체 대표는 ‘K바이오·백신펀드’에 대해 “‘바이오 혹한기’에 업계의 사실상 유일한 자금줄인데도 대다수 신약 개발 초기 단계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백신 개발이나 임상 단계에 들어간 일부 바이오 기업만 지원 대상이다 보니 자금난을 겪는 대다수 바이오 기업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다. ○‘산으로 가는’ K바이오펀드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뒤 백신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고 기술 수출 대신 임상 3상까지 자체 비용으로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자는 취지에서 1조원 규모의 메가펀드 조성 정책을 수립했다. 2022년 예산에 처음 반영했고 그해 9월 펀드 운용사를 선정했다. 하지만 펀드 결성까지 1년3개월이 소요됐다. 통상 6~9개월이 걸리던 펀드 결성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여파로 바이오 투자심리가 급랭한 탓이었다. 투자업계에선 펀드 규모를 1000억원대로 줄일 것을 정부에 수차례 건의했다. 펀드 자금을 빨리 모으고 벼랑 끝에 몰린 기업들의 숨통을 서둘러 터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그런데도 복지부는 ‘메가’(초대형) 펀드 조성을 고집했다. 결국 펀드 자금 모집은 난항을 겪었다. 펀드 규모도 5000억원, 2500억원으로 줄었다. 복지부가 자체 예산 300억원, 국책은행이 3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는데도 민간 투자자를 모집하기 어려웠다. 시장의 차가운 반응에 일부 운용사는 자격을 반납했다. 결국 1호와 2호 펀드는 정책 발표 후 2년이 지나 &lsq
정부가 3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K-바이오·백신펀드’의 투자 집행률이 지난 1년간 11%에 그쳤다. 바이오업계가 장기적인 자금난에 처했지만 정부가 ‘버팀목’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11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까지 1500억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펀드 1호 투자액은 150억원(3건), 1566억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펀드 2호 투자액은 205억원(4건)이었다. 이들 펀드는 투자 가능 시점(2023년 10~11월)으로부터 1년가량이 지났는데도 투자 집행률이 각각 10%, 13%에 그쳤다.한 벤처캐피털(VC) 대표는 “바이오펀드는 운용사 선정 후 6개월 내 결성이 완료되고 결성 후 1년 안에 대부분 투자를 끝내는 게 일반적”이라며 “바이오 투자심리가 나빠진 시장 상황을 감안해도 K-바이오·백신펀드의 투자 집행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말했다.시장에서는 K-바이오·백신펀드 무용론까지 제기된다. 신약 개발회사 1000여 곳이 잠재적 매물로 나올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는 바이오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한 바이오회사 대표는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도 일시적 자금난으로 존립 위기를 맞은 바이오기업을 지원하는 게 더 절실한 상황”이라며 “소수의 기업만 돕겠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라고 했다.바이오 벤처 85%는 '떡잎' 수준인데…정부는 "후기 임상만 지원"무늬만 정책펀드…3000억 쏟아붓고도 '쥐꼬리 투자'“업계가 고사 위기인데 정부가 백신 개발 및 임상 후기 단계 기업만 지원할 때입니까.&
엔비디아, 모더나, 버텍스 등 세계적인 혁신 기술 기업이 상장된 나스닥의 상장 기업은 지난해와 올해 330여 개 줄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선 130여 개 늘었다. 나스닥에서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은 부실 기업은 곧바로 퇴출되지만 한국에선 진퇴 여부를 까다롭게 규제하는 바람에 불량 기업이 살아남는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다.나스닥은 상장 여부는 까다롭지 않지만 시장의 평가를 받지 못하면 곧바로 퇴출되는 구조다. 상장 유지 조건에는 한국처럼 ‘법인세 비용 차감 전 당기순손실’(법차손), 매출, 자본잠식 등의 요건이 없다. 대신 유동주식수(50만 주), 유동시가총액(100만달러), 최소 주가(1달러) 등의 기준을 설정해 기업의 상장과 퇴출을 철저히 시장에서 평가받는다.캐나다 토론토증권거래소의 TSXV시장(티어2)은 코스닥과 상장 유지 조건이 비슷하다. 다만 연구개발(R&D) 투자를 영업이익을 올린 것과 동일하게 간주한다. 한국은 신약 개발 막바지 단계인 임상 3상에 진입해야만 R&D 자금을 비용 처리에서 제외(자산화)해준다.한경주 가천대 의료산업경영학과 겸임교수는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싱가포르 등의 상장 유지 요건은 대부분 재무적 평가보다 시장 평가를 우선시한다”며 “한국도 투자자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공시 제도를 강화하되 재무평가 대신 시장평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안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