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공계 대학원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구비 배분 구조가 불투명하고 유사 중복 과제가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공계 대학원 혁신 방안’ 보고서를 7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국내 대학에서 연구 과제의 효율적 수행을 위한 자금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제의 성격을 감안하지 않고 연구비를 지도교수가 관리하는 하나의 계정에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 등 부처별로 제각각인 집단 연구 과제를 통폐합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했다. 4단계 BK(브레인코리아), 선도연구센터(IRC), 산학연 협력 선도대학(LINC), 대학기초연구소(G-LAMP), 지방자치단체·대학 협력 혁신(RIS) 등 유사 중복 과제들이 쓸모가 불투명한 논문을 생산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대학은 한 해 10조원 안팎의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을 받는다.박사 인력 공급이 과잉 상태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공계 박사 배출 규모 대비 R&D 일자리 수는 1990년대 2.6배에 달했는데 2000년대 이후 박사 배출은 5배 가까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R&D 일자리는 거의 늘지 않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우수 고교생의 의학계열 선호와 이공계 기피의 가장 큰 원인은 수급 불일치로 인한 노동시장 악화와 취업률 하락”이라고 지적했다.보고서는 지방 대학원 등은 석사과정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지역 기업 수요에 부응한 R&D에 집중하고, 논문 중심 기초연구를 배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사과정 대학원은 연구중심 대학원과 기술 분야별 특화 대학원으로 나
인간이 만물의 영장(靈長)에 올라선 이유는 언어와 문해력 덕분이었다.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전 역시 언어와 수식으로 적힌 논문의 축적을 통해 이뤄졌다. 인공지능(AI)은 이 방벽을 속절없이 무너뜨렸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 모두 AI 기술의 토대를 놓은 과학자들에게 돌아간 것은 인류 사회를 뒤흔든 AI의 파괴력을 인정해서다. AI의 본질은 데이터와 알고리즘, 그리고 반도체 등 컴퓨팅 인프라를 최적으로 조합한 소프트웨어(SW)다. 7일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세계 SW 시장 규모는 3조413억달러(약 4473조원)로 예상된다. 반도체 시장 전망치 7167억달러(약 1054조원)의 네 배를 훌쩍 넘는다. 내년 SW 시장은 5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종착점은 최적화 SWAI가 모든 산업에 침투하면서 SW 시장의 성장 속도가 유례없이 빨라졌다. 추론하는 차세대 반도체 PIM(프로세스 인 메모리),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다음 단계의 반도체 구조인 상보형 전계효과 트랜지스터 ‘C-펫’ 개발의 열쇠도 초저전력을 구현하는 최적화 SW에 달렸다.인공지능(AI)은 한국이 취약한 분야다. 원천기술, 자본력 등에서 미국 빅테크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AI 기술이 처음 등장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이후 70여 년간 수학과 물리학, 전자공학과 컴퓨터과학 등이 축적되고 수많은 부침을 거쳐 현재의 AI가 탄생했다. 국내에서는 2017년 알파고 등장 이후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사실 그 연원은 생각보다 훨씬 깊다. 한국이 AI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월마트, 스타벅스, 페덱스 등이 각국 도시에 매장을 낼 때 항상 찾는 기술이 있다. 지리정
“‘네오(neo) 팍스 아메리카나.’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의 이름입니다.”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융합대학원 초대원장(교수·사진)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인공지능(AI) 주권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돈과 사람이 모두 미국으로 쏠리는데 한국이 미국의 AI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있겠냐”는 반문이다. 그는 “기업, 금융, 대학 등 AI산업과 관련된 곳들이라면 미국에서 ‘두뇌’를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에 있는 ‘몸통’을 변화시키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했다.차 교수는 AI와 데이터베이스 융합 등에 관한 글로벌 권위자다. 2000년대 초반 스타트업을 창업해 ‘HANA’라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개발했다. 글로벌 기업용 솔루션 기업인 SAP가 HANA를 채택해 차 교수는 SAP에서 기업 경험을 쌓았다. 현재 그가 몰두하는 건 AI 인재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에 프리덤오브이노베이션벤처스라는 벤처캐피털을 창업했다.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을 오가며 ‘디지털 노마드’를 자처하는 차 교수는 “미국은 고사하고 한국은 AI산업에서 중국 일본 대만보다도 몇 발짝 뒤에 있다”고 지적했다.▷정말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 있나요?“일본에는 손정의(소프트뱅크그룹 회장)라는 ‘아웃라이어’가 있잖아요. 일본 기업 문화에서 비주류였던 그가 2016년 비전펀드를 조성해 세계 첨단 기술에 꾸준히 투자했습니다. 지금은 AI와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고요.”▷손 회장이 그 정도로 중요한가요?“만날 수 있는 사람이 다릅니다. 얼마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