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머니마켓펀드(MMF) 규제를 강화했다. 5조5000억달러(약 7020조원) 규모로 불어난 MMF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일어나는 걸 막으려는 목적이다.

SEC는 12일(현지시간) MMF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MMF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인 기업어음(CP), 양도성 예금증서(CD), 콜론(Call loan) 등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의 일종이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돈을 예치해도 운용 실적에 따른 이익금을 받을 수 있어 단기자금 운용에 적합하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기관투자가가 하루에 MMF 순자산의 5% 이상을 환매할 경우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덩치가 커진 MMF에서 자금이 대량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지역은행의 연쇄 파산으로 은행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갈 곳을 잃은 유동성은 MMF로 향했다. 은행 예금 이자율(평균 연 0.42%)보다 훨씬 높은 연 4.81%(6월 말 기준 평균)의 금리도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이었다. 그 결과 MMF 순자산은 올해 초 4조8000억달러에서 최근 5조5000억달러로 불어났다. 이에 MMF에서 자금이 대량 이탈할 경우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위험이 퍼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 MMF에서 자금이 이탈한 사례가 있다. SEC는 ‘스윙 프라이싱’(장기 투자자 보호를 위해 환매자에게 수수료 부과) 도입을 고려했으나 업계 반발이 강하자 수수료 부과를 대안으로 내놨다.

아울러 SEC는 MMF의 초단기자금 비율을 늘리도록 했다. 만기가 하루인 자산 비중을 현재 10%에서 25% 이상으로, 1주일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을 현재 30%에서 50% 이상 보유하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은 내년 6월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인들은 MMF를 ‘안전한 대피처’로 여기고 있지만, 은행 계좌처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증을 받지 못하는 투자 상품이라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