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들의 해외진출 등용문…'골프 키다리아저씨' 제네시스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에서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성장의 발판이 될 것 같습니다.”

13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노스베릭의 더 르네상스클럽(파70·7237야드)에서 막이 오른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총상금 900만달러)을 앞두고 김비오(33)는 상기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이 대회에는 김비오를 비롯해 김영수(34), 서요섭(27) 등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의 간판 3인방이 출전한다. 대회를 주최하는 제네시스가 초청해준 덕분이다.

이번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제네시스는 한국 남자골프의 ‘키다리 아저씨’로 통한다. 여자대회에 비해 인기가 없는 남자골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16년 KPGA 코리안투어에 ‘제네시스 포인트 대상’을 도입했다. 투어 성적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고 선수들에게 상금과 해외대회 출전권을 주는 제도다. 코리안투어 최대 대회인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열고, 올해 한국에서 10년 만에 열린 DP월드투어 대회 코리아 챔피언십에도 스폰서로 후원했다.

세계 골프무대에서도 제네시스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2017년 처음 시작된 PGA투어 제네시스오픈은 2020년부터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로 승격됐고, PGA가 지정한 17개 특급대회 중 하나로 위상이 높아졌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8)가 올 시즌을 시작한 대회가 지난 2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었다.

지난해부터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으며 유럽으로 무대를 넓혔다. 미국 밖에서 열리는 골프대회 중 메이저인 디오픈 다음으로 위상이 높은 대회다. 올해 대회에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6·미국)를 비롯해 지난해 우승자인 잰더 쇼플리(30·미국),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 등 세계랭킹 10위 내 톱랭커 가운데 8명이 참가한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 대회는 선수와 가족, 캐디에게 휴게 공간, 컨시어지 서비스 등 ‘따뜻한 환대’를 제공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제네시스가 주최하는 대회는 한국 선수들에게 해외 진출의 발판 역할을 하고 있다. ‘폭주기관차’ 김주형(21)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 주최사 초청선수로 출전해 단독 3위에 올랐다. 이 활약 덕에 PGA투어의 임시특별회원 자격을 얻었고 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정규회원으로 직행했다. 김영수는 지난해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 자격으로 올해 DP월드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