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15원가량 하락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사이클이 종료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며 달러 가치가 1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여파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4원70전 하락한 1274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로 내려온 건 지난달 16일(1271원90전) 후 처음이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2일(현지시간) 1.19% 하락한 100.52에 마감하며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고, 13일 장중 99선까지 밀렸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큰 폭으로 둔화하면서 오는 25~2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1년4개월째 이어져온 긴축 사이클의 종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퍼진 결과다. 월가에선 벌써부터 달러 약세에 베팅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블룸버그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인용, 지난 6월 26~30일 달러 선물 순매수 계약을 맺은 헤지펀드들이 이달 3~7일엔 2만91건의 순매도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달러에 대해 쇼트(매도) 포지션으로 돌아선 건 3월 이후 처음이다. 달러 가치가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한·미 금리 역전폭은 2.0%포인트로 확대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이라는 것이 이자율 격차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임도원/노유정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