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제품운반선./사진=현대미포조선
석유화학제품운반선./사진=현대미포조선
조선주들이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조선 업황이 개선돼 실적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다만 종목별 수익률은 크게 엇갈렸다. 2배 이상 오른 종목이 있는가 하면 시장 수익률을 밑도는 곳도 있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연초부터 전날까지 155.67% 급등했다. 한화오션의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HD한국조선해양의 주가도 82.5% 뛰었고, 삼성중공업도 62.6% 올랐다. 세 종목은 지난 12일과 전날 장중 52주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조선주들의 강세엔 실적 개선에 대한 믿음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 조선사들은 선가가 높은 선박을 위주로 수주했는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에 인식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2021년 4분기부터 지난달까지 액화천연가스(LNG)선 신조선가 평균치는 2020년 평균 대비 26.5% 상승했다. 컨테이너선은 그보다 빠른 2021년 1분기부터 신조선가가 전년 대비 20.8% 올랐다. 이 시기에 수주한 선박들의 매출액 인식이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화된다는 설명이다.

한화오션의 상승세엔 방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국내 최초로 수상함 2척 동시 건조가 가능한 실내 탑재 공장 신축을 검토하고 있다. 수상함 실내 탑재 공장은 수상함 건조 과정을 실내에서 진행해 원활한 야간작업이 가능하다. 최근엔 음파탐지기(SONAR)의 핵심 장비인 음향측심기와 음탐기 비컨(beacon) 등을 국산화했다. 회사 측은 장비를 국산화해 50%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대형 조선주들이 상승 랠리를 펼치는 동안 소외된 종목도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한화오션이 올해 들어 155% 이상 급등할 때, 9%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코스피 수익률(15.87%)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이다. 개인은 현대미포조선을 602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각각 369억원, 265억원을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현대미포조선의 실적 개선 속도가 다른 업체에 비해 느려 주가가 지지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의 주력 선종은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인데, 팬데믹 시기 PC선의 선가는 많이 오르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현대미포조선의 매출액, 영업이익 성장세는 다른 기업보다 더딜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사진=한화오션
다만 올해부터 PC선 업황이 개선돼 현대미포조선이 차별화된 성과를 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고부가가치 위주로 제품 비중을 개선해 분기 기준 흑자 전환할 것"이라며 "현대미포조선은 다른 대형조선사 대비 수주에서 실적까지 이어지는 리드타임이 짧기 때문에 고평가될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유 제품의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고, PC선 교체수요, 순임 상승 등이 지속되고 있어 올해 수주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에 대한 목표주가를 10만1000원으로 높였다.

엄경아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은 PC선을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기업"이라며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실적 개선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은 현대미포조선을 조선업종 내 차선호주로 제시했다.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재 신조선가 지수는 슈퍼사이클 첫해였던 2006년 말 수준을 웃돌고 있다. 또 환경규제가 강화되며 신규 선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점도 조선업에 긍정적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는 2050년 국제 해운 탄소 중립 실현을 목표로 하는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채택했다.

삼성증권은 "친환경선 건조 비용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온실가스 규제는 국내 조선사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조선주는 최근 주가가 급등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환경규제 이슈가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