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일본은 부자 노인, 한국은 가난한 노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한상의 제주포럼 강연
'일본 따라잡았다' 의견에 신중론
국민소득 비슷하더라도 日 경제 튼튼
산업 구조조정 지연된 것 큰 문제
"중국 특수 단물에 10년 간 빠져
"기득권 계층 신산업 전환 협조해야"
'일본 따라잡았다' 의견에 신중론
국민소득 비슷하더라도 日 경제 튼튼
산업 구조조정 지연된 것 큰 문제
"중국 특수 단물에 10년 간 빠져
"기득권 계층 신산업 전환 협조해야"
"일본은 잘 사는 노인, 우리는 돈이 없는 노인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주포럼의 '글로벌 경제 동향과 기업의 대응' 강연에서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았다고 하지만 '소득'과 관련한 얘기고 가진 재산을 보면 일본이 훨씬 많다"며 "일본은 버블이 붕괴되기 전인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반으로 해외투자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일본과 한국 경제를 비교해달라'는 요청에 이렇게 답했다.
이 총재는 일본과 비교해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령화라는 점에서 우리가 일본 경제를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더 빠르고 출산율이 낮은 게 굉장히 걱정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경제 체질 개선을 못 하면 일본보다 더 안 좋은 침체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 총재의 전망이다. 일본 경제의 체질 개선에 대해선 "일본의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둔화했고 외국인노동자, 여성 노동자를 많이 활용하면서 경제가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일본 대비 비교 우위에 대해선 '역동성'을 꼽았다. 이 총재는 "한국의 젊은 층이 훨씬 역동적이고 K팝 같은 것이 발전하고 있다"며 "장점을 갖고 노력해서 일본처럼 20년 고생하지 않고 빨리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전환'이라는 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총재는 "중국 경제가 7~8% 넘어가면서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해야 할 기업들이 중국에 가서 낮은 임금과 큰 시장에 만족했다"며 "돈을 많이 벌었지만, 산업을 한 단계 높은 단계로 가야 할 시간이 늦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젠 중국이 스마트폰도 직접 생산한다"며 "이제 중국으로부터의 다변화 이런 쪽을 찾아야 하고 인도 인도네시아에 관심을 갖는 이유"라고 했다. 국내 기업의 신산업 전환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평가됐다. 이 총재가 가장 먼저 '폐쇄적인 인력시장'을 꼽았다. 그는 "한 번 취업하면 평생직장이 된다"며 "배터리 산업 변하면 한 산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옮기게 되어야 하는데 이런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노동시장이 조금 더 많은 사람이 해고되고, 그 기간은 정부가 보장을 해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있는 상태가 필요하다"며 "한국이 가진 구조가 유리한 구조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기업인의 역할도 주문했다. 이 총재는 "새로운 변화의 성장동력을 잡는 것은 재정통화정책이 아니라 구조조정"이라며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에 따라 고령화 저출산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어려운 이유로 물가와 가계부채를 꼽았다. 그는 "많은 분이 금리를 이제부터 인하할 때가 아니냐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은행이 조심스러운 것은 기저효과 등을 생각할 때 연말까지 (물가가) 3.5%로 올라갈 것 같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속도가 문제지만 반등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중 경제가 우리 수출 양대 축인 데,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성장률이 높아질 것 같아서 우리에게 좋은 뉴스"라며 "반면 중국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하반기나 내년 성장이 조금 더 불확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주포럼의 '글로벌 경제 동향과 기업의 대응' 강연에서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았다고 하지만 '소득'과 관련한 얘기고 가진 재산을 보면 일본이 훨씬 많다"며 "일본은 버블이 붕괴되기 전인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반으로 해외투자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일본과 한국 경제를 비교해달라'는 요청에 이렇게 답했다.
이 총재는 일본과 비교해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령화라는 점에서 우리가 일본 경제를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더 빠르고 출산율이 낮은 게 굉장히 걱정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경제 체질 개선을 못 하면 일본보다 더 안 좋은 침체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 총재의 전망이다. 일본 경제의 체질 개선에 대해선 "일본의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둔화했고 외국인노동자, 여성 노동자를 많이 활용하면서 경제가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일본 대비 비교 우위에 대해선 '역동성'을 꼽았다. 이 총재는 "한국의 젊은 층이 훨씬 역동적이고 K팝 같은 것이 발전하고 있다"며 "장점을 갖고 노력해서 일본처럼 20년 고생하지 않고 빨리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업들, 중국 시장 단물에 취해 실기했다"
이 총재의 신중론은 한국 산업이 '체질 변화에 실패했다'는 근거한다. 2010년대 '중국 특수'에 취해 구조조정을 소홀히 한 게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2017년부터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원인이 '미·중 갈등' 때문이 아닌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한 것"이라며 "중국 특수에 10년 넘게 익숙해지고 좋은 단물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이 우리를 따라잡을 것'이란 생각을 못 했다"고 말했다.이는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전환'이라는 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총재는 "중국 경제가 7~8% 넘어가면서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해야 할 기업들이 중국에 가서 낮은 임금과 큰 시장에 만족했다"며 "돈을 많이 벌었지만, 산업을 한 단계 높은 단계로 가야 할 시간이 늦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젠 중국이 스마트폰도 직접 생산한다"며 "이제 중국으로부터의 다변화 이런 쪽을 찾아야 하고 인도 인도네시아에 관심을 갖는 이유"라고 했다. 국내 기업의 신산업 전환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평가됐다. 이 총재가 가장 먼저 '폐쇄적인 인력시장'을 꼽았다. 그는 "한 번 취업하면 평생직장이 된다"며 "배터리 산업 변하면 한 산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옮기게 되어야 하는데 이런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노동시장이 조금 더 많은 사람이 해고되고, 그 기간은 정부가 보장을 해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있는 상태가 필요하다"며 "한국이 가진 구조가 유리한 구조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기득권층 저항이 신산업 전환 막아
다른 요인으로는 '기득권 체계의 저항'이 꼽혔다. 이 총재가 사례로 든 게 교수사회다. 그는 "새로운 인재들이 새로운 분야에서 많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도 대학교 전공은 과거대로다"며 "교수들이 자기 학과 정원을 놓치기 싫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의 인력 수요가 많은 쪽으로 학생들이 가는 게 아니라 교수 숫자대로 학생들이 간다"며 "기존 기득권 체계가 새로운 사업으로 가는 걸 막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기업인의 역할도 주문했다. 이 총재는 "새로운 변화의 성장동력을 잡는 것은 재정통화정책이 아니라 구조조정"이라며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에 따라 고령화 저출산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연내 인하 기대말라"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선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당분간 금리를 내린다고 얘기하기에는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금리) 내릴 것을 크게 기대하지 말라"며 "연말까지 상황을 보고 금리를 조정하면서 거시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전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어려운 이유로 물가와 가계부채를 꼽았다. 그는 "많은 분이 금리를 이제부터 인하할 때가 아니냐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은행이 조심스러운 것은 기저효과 등을 생각할 때 연말까지 (물가가) 3.5%로 올라갈 것 같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속도가 문제지만 반등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중 경제가 우리 수출 양대 축인 데,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성장률이 높아질 것 같아서 우리에게 좋은 뉴스"라며 "반면 중국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하반기나 내년 성장이 조금 더 불확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