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의 성격 변화…비확산에서 美와의 대결 이슈로
북한의 핵고도화 질주 가능케 하는 환경으로 작용

2017년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그해 3월 2일 대북 제재결의안 2270호를 채택했다.

희토류 수출 전면금지 등을 담은 결의안이었다.

같은 해 9월 9일 북한이 다시 5차 핵실험(증폭분열 핵탄두실험)을 하자 유엔 안보리는 11월 30일 다시 제제 결의안 2321호를 채택했다.

북한의 석탄 수출량을 4억달러 수준으로 동결하고 유엔 회원국들의 북한 내 선박 등록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중·러, 유엔 안보리서 '대북 제재 반대'의 외교적 함의
그럼에도 북한은 2017년 이후에도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 타격 능력을 한층 고도화하는 도발을 계속 감행했다.

2017년 7월 4일과 7월 28일 사거리 5천500km가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발사 등이 그것이다.

그러자 안보리는 즉각 8월 5일 제재 결의안 2371호 채택으로 대응했고, 다시 북한이 6차 핵실험이자 첫 수소탄 핵실험까지 강행하자 결의안 2375호를 채택했다.

북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해 11월 29일 ICBM 화성 15호까지 발사했고, 유엔 안보리는 제재결의안 2397호를 즉각 채택했다.

대북 정유 제품 공급 제한을 연간 50만 배럴로 하향하는 강력한 조치였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기까지 고강도 도발을 이어갔고, 그때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자금줄을 옥죄는 강력한 제재로 맞섰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이후 가해진 대북 제재는 그 이전과 비교해 '실효성' 측면에서 크게 비교된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북한의 실질적인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북한 지도층을 압박하는 강력한 제재가 가해졌기 때문이다.

강화된 대북 제재는 김정은 체제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은이 2018년 이후 미국과 과감한 정상회담 담판에 나선 배경으로도 풀이됐다.

중요한 것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채택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 나아가 러시아까지 한목소리로 찬성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문제가 국제 비확산 체제 유지에 큰 위협 요소라는데 공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벌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5월27일 미국 주도로 열린 유엔 안보리 새 대북 제재 결의 채택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실패했다.

그 이후에는 대북 제재 결의안의 상정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13일(현지시간) 북한의 ICBM 화성 18형 발사라는 중대 도발을 응징하기 위해 소집됐으나 결의안은커녕 규탄 성명조차 도출하지 못했다.

중·러, 유엔 안보리서 '대북 제재 반대'의 외교적 함의
제프리 드로렌티스 미국 차석대사 대리는 "가장 강력한 용어로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한다"며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우리 모두는 북한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탄도미사일 개발에 맞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2개 이사국의 반대로 안보리가 한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고 안보리의 단합을 촉구했지만 허사였다.

오히려 장쥔 중국 대사는 "미국의 압박으로 북한은 어마어마한 안보와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북한을 옹호했다.

그는 또 "중국은 한반도에서 특정 국가의 반복적인 전략무기 전개와 군사적 압력 증대에 대해 우려한다"라고도 했다.

한반도 긴장 고조의 탓을 미국 쪽에 돌린 것이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도 "러시아는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군사 활동도 반대한다"며 미국에 화살을 돌렸다.

아울러 그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확장억제 조치도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옹호하는 이유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의식한 행보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남은 동맹국인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중·러, 유엔 안보리서 '대북 제재 반대'의 외교적 함의
이 때문에 과거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국제 비확산 체제에 대한 중대 도전으로 인식하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미국과 함께 제재하는 데 동참했던 중국이 이제는 미국과의 대결과 연관된 '세력균형'의 이슈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강력한 제재를 당하고 있는 만큼 중국과 더욱 강력한 동맹의 끈을 유지하면서 북한에 대한 지지를 거둘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북한은 더욱 핵 무력 완성과 고도화에 주력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규합할 수 있는 동맹국을 전선화시키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단면을 유엔 안보리 공간에서 확인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에서는 갈수록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