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최근 문을 연 더불어민주당 당원 커뮤니티 '블루웨이브'가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비명(비이재명)계를 향해 혐오를 표현하는 '창구'가 돼가고 있다. 야권 내에서도 "예상된 일"이라면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지난 10일 출범한 블루웨이브에는 14일 오전 9시 기준 총 1230개의 글이 게시됐다. 5일 동안 하루 평균 200개가 넘는 글이 올라온 셈이다.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한 권리당원이 회원으로 가입하면 글을 쓸 수 있는 구조다.

블루웨이브에 추천이나 조회수가 많은 인기 글 목록에는 이낙연 전 총리를 비방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200여개의 추천을 받은 글은 "이낙연 왜 욕하는 거야? 설마 같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장동 루머 퍼트렸어? 그렇지 않고서야 욕할 리가"라며 이 전 총리를 비꼬는 내용이 포함됐다. "낙지탕탕이", "역적" 등 이 전 총리를 비하하는 표현의 댓글도 달렸다.

"이낙연 지지자 글은 놔두고, 왜 제 글은 삭제하냐"고 항의하는 내용도 인기 글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에도 "똥파리", "낙엽" 등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이 전 총리나 그 지지자들을 향해 비하하는 표현의 댓글이 이어졌다. 여기에는 "끝까지 지지합니다", "우리 재명이형 하고 싶은 거 다 해" 등 이 대표를 지지하는 댓글들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블루웨이브 운영진이 급기야 "건강한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공지를 올리기에 이르렀다. 운영진은 11일 "당원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한다"며 "기존 권리당원 게시판과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블루웨이브는 또다시 아무도 찾지 않는 커뮤니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당원 커뮤니티는 이 대표가 지난해 전당대회 경선 당시 당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개설하겠다고 한 공약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 경선 당시 "당에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 하자"고 말한 바 있다. 강성 당원들의 입을 빌려 반대 진영에 있는 의원들을 압박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이 일자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문자 폭탄이 계속되느니,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드는 게 낫지 않느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해당 커뮤니티가 비명계를 향해 적대감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11일 YTN '뉴스나이트'에서 "매우 공격적인 분들이 블루웨이브를 점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빤히 예상된 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기술로 얼마든지 정화하고 통제할 수 있는데도 당 지도부가 오랜 기간 방치해왔다"며 "블루웨이브도 그냥 저렇게 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13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야심 차게 블루웨이브를 했는데, 저게 레드웨이브로 혼탁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렇다"면서 "진짜 문제는 그런 것에 영향받는 정치인들이다. 당에서 중심을 못 잡는 모습 때문에 계속 (인신공격성 발언이) 증폭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 나왔다. 김영진 의원은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신제품이 등장했으니 왁자지껄한 것"이라며 "이후에는 정화가 되고, (이런 추세가) 확대‧강화되는 형태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