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기회의 땅' 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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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에게 폴란드의 첫인상은 그리 좋은 것이 못 된다. 학창 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읽은 김광균의 시 ‘추일 서정’의 첫 대목 영향이리라.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포화(砲火)에 이지러진/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 위성국 폴란드와 신생 대한민국의 관계도 악연으로 시작했다. 1948년 파리 유엔 총회에서 대한민국 독립국 승인안은 찬성 48표, 기권 1표, 반대 6표로 통과됐는데, 그때 반대 6개국 중 하나가 폴란드다. 이후 1989년 수교 때까지 냉전 기간 내내 양국 간엔 별 교류가 없었다.
교역 물꼬를 튼 것은 1993년 대우자동차의 폴란드 최대 국영기업 FSO 인수였다. 대우는 공장 직원 3500명을 500명 단위로 불러 한국에서 2~3개월씩 생산성 향상 교육을 했다. 1994년엔 동유럽 민주화 운동의 기수였던 레흐 바웬사 대통령이 방한해 김영삼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관계가 비약적 발전의 전기를 맞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공동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총 1조달러 규모로 ‘21세기판 마셜 플랜’이 될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젝트에 한국과 폴란드가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은 520억달러(약 66조원)로 예상된다. 6·25전쟁 이후 인접국인 일본 경제가 급성장한 것처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도 우크라이나 재건의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폴란드는 저력의 국가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과학자 퀴리 부인, 지동설을 주창한 코페르니쿠스가 모두 폴란드 출신이다. 김광균의 시 중 도룬시는 코페르니쿠스의 고향 토룬이다. 인구가 4000만 명이지만, 우리는 하나도 받지 못한 노벨문학상을 5명이나 수상했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123년간 망국의 한을 겪었지만 끝내 언어를 지킨 결실이다.
숱한 피침의 역사로 우리와 동병상련인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국산 무기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파트너십 격상, 폴란드와의 관계 도약을 보면서 유럽도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 위성국 폴란드와 신생 대한민국의 관계도 악연으로 시작했다. 1948년 파리 유엔 총회에서 대한민국 독립국 승인안은 찬성 48표, 기권 1표, 반대 6표로 통과됐는데, 그때 반대 6개국 중 하나가 폴란드다. 이후 1989년 수교 때까지 냉전 기간 내내 양국 간엔 별 교류가 없었다.
교역 물꼬를 튼 것은 1993년 대우자동차의 폴란드 최대 국영기업 FSO 인수였다. 대우는 공장 직원 3500명을 500명 단위로 불러 한국에서 2~3개월씩 생산성 향상 교육을 했다. 1994년엔 동유럽 민주화 운동의 기수였던 레흐 바웬사 대통령이 방한해 김영삼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관계가 비약적 발전의 전기를 맞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공동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총 1조달러 규모로 ‘21세기판 마셜 플랜’이 될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젝트에 한국과 폴란드가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은 520억달러(약 66조원)로 예상된다. 6·25전쟁 이후 인접국인 일본 경제가 급성장한 것처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도 우크라이나 재건의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폴란드는 저력의 국가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과학자 퀴리 부인, 지동설을 주창한 코페르니쿠스가 모두 폴란드 출신이다. 김광균의 시 중 도룬시는 코페르니쿠스의 고향 토룬이다. 인구가 4000만 명이지만, 우리는 하나도 받지 못한 노벨문학상을 5명이나 수상했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123년간 망국의 한을 겪었지만 끝내 언어를 지킨 결실이다.
숱한 피침의 역사로 우리와 동병상련인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국산 무기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파트너십 격상, 폴란드와의 관계 도약을 보면서 유럽도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