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 작가들에 이어 배우들이 14일(현지시간) 파업에 들어가면서다. 이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자신들의 초상권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대안을 제작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할리우드 배우 16만 명을 대표하는 스크린연기자조합-미국텔레비전라디오예술가연맹(SAG-AFTRA)은 영화·TV제작자연합(AMPTP)과의 신규 계약 체결 협상이 부결됨에 따라 파업에 나선다고 전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배우 조합은 협상에서 임금, 근무 조건, 건강 및 연금 혜택을 개선하고 잔여금(영화·TV 콘텐츠를 DVD, 스트리밍 등으로 재판매할 때 배분되는 수익)을 공평하게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AI의 배우 초상권 침해를 막기 위한 방지 조항을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다.

양측 입장은 AI 초상권에 대한 부분에서 크게 갈렸다. AMPTP가 “배우의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하는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했다”고 성명을 내자 SAG-AFTRA는 “회사가 일당을 주고 보조연기자를 스캔한 뒤 그 이미지와 초상권을 영원히 쓰도록 하는 게 획기적인 제안이라면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조합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영화·TV 시리즈 제작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배우들의 인터뷰, 시상식 참여 등도 금지된다. 오는 21일 미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오펜하이머’의 배우들은 13일 영국 런던 시사회에 참석하던 중 행사장을 떠났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출연진이) 피켓에 사인하러 갔다”고 전했다.

배우 조합이 지난 5월부터 파업하고 있는 작가 조합과 ‘동반 파업’에 나서면서 할리우드는 완전히 마비 상태에 빠졌다. 배우조합의 파업은 1980년 이후 43년 만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