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HD현대중공업을 제치고 8300억원 규모의 군함 수주 전쟁에서 승리했다. 한화그룹에 인수된 뒤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와중에 ‘수상함 명가’를 재건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사가 함정 시장에서 수주 승전고를 울린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수상함 시장에서 재기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한화오션, 간발의 차로 승리

한화오션, 8300억 '군함 수주戰' 승전보
방위사업청은 14일 8334억원 규모의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건조 우선협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 한화오션은 91.8855점을 받아 91.7433점을 얻은 HD현대중공업을 0.1422점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눌렀다. 구체적으로 한화오션은 기술능력평가에서 HD현대중공업보다 0.9735점 밀리고, 중소·중견기업 평가 가점에서도 0.6843점 뒤졌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1월 보안 관련 유죄 판결에 따라 1.8점 감점을 받으며 최종 점수에선 한화오션이 앞서게 됐다. 이 보안사고 감점은 2025년 11월까지 3년간 군함 입찰전에 적용된다.

최근 5년간 국내 수상함 시장점유율은 HD현대중공업이 52.4%로 1위였고, 한화오션이 25.4%로 뒤를 이었다. 국내 잠수함(수중함) 시장에선 97.8%를 한화오션이 장악하고 있다.

배치2 사업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각각 네 대씩 절반을 나눠 가졌다. 하지만 이보다 크기가 크고 체계가 진화한 배치3에서는 한화오션의 수주액이 HD현대중공업의 두 배를 웃돌았다. 울산급 배치3 프로젝트는 3500t급 최신형 호위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구형 호위함과 초계함을 대체하는 이지스급 차세대 호위함을 건조해 해군에 납품한다. 배치3의 1번함은 HD현대중공업이 2020년 3월 4000억원에 수주했고, 2~4번함은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가 지난해 1월 척당 3300억~3500억원에 계약을 따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가장 높은 기술 점수를 받았음에도 감점으로 수주하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수상함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향후 성능 고도화, 미래 함정 개발 등 기술 연구에 더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무대는 KDDX 수주전

두 회사는 지난달 30일 입찰 공고가 나온 뒤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한화오션이 출범한 이래 ‘수상함 명가’ 자리를 놓고 맞붙는 첫 번째 수주전이어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일 차세대 이지스함 2번함 건조에 착수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며 “세계적인 함정 건조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그러자 한화오션은 지난 6일 1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수상함을 건조하는 실내 공장을 신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화오션의 전체 매출에서 방위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다. 이번 울산급 배치3 수주를 따내며 방산 사업에서 일감을 마련한 터라 앞으로 매출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7일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서 “한화오션 합류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과 많은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다음 격전지는 내년 입찰 예정인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수주전이다. 선체부터 무장까지 국내 기술로 만드는 첫 번째 국산 구축함 프로젝트다. 사업 규모는 총 7조8000억원이다.

한화오션은 이번 입찰에서 승리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이 기술 점수에서는 앞선 터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