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세계 각국에서 엄청난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해주세요.”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대회 여자 단식 4강전. 엘리나 스비톨리나(28·우크라이나)는 패배가 확정되자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관중들은 박수를 보내며 스비톨리나와 우크라이나를 위로했다.

스비톨리나는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24·세계 42위·체코)에게 막혀 생애 첫 메이저대회 결승 진출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주인공 같은 관심을 얻었다. 지난해 10월 딸을 출산한 뒤 처음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세계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22·폴란드)를 꺾은 데다 조국의 안타까운 현실까지 더해지면서다.

이번 대회에서 스비톨리나는 우크라이나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숨기지 않았다. 시비옹테크를 꺾은 뒤 “전쟁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며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작은 행복을 선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적국인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들과는 악수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6강전에서 빅토리야 아자란카(33·세계 20위·벨라루스)를 꺾은 뒤 그를 외면해 화제가 됐다. 스비톨리나는 “조국이 영토를 되찾을 때까지 그들과 악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세계랭킹 1위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인 시비옹테크를 꺾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뜨거운 마음이 알려지면서 관중들의 응원도 더욱 커졌다. 준결승전 현장에서 관중들은 그가 자국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다.

전쟁 피해국 선수로 주목받는 것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놨다.

스비톨리나는 “확실히 승리에 큰 동기가 되지만 책임감도 크고 긴장도 많이 된다”고 했다. 이어 “부담감이 과할 때도 있지만 오늘의 패배에 대한 핑계로 삼고 싶지는 않다”며 “(우승을 위한)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승에서는 본드로우쇼바와 지난 대회 우승자인 온스 자베르(28·세계 6위·튀니지)가 격돌한다. 본드로우쇼바는 시드 없는 선수가 윔블던 결승에 오른 첫 번째 사례가 됐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