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노사가 여전히 커다란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선 노사가 6차 수정안까지 냈지만, 노측은 시간당 1만620원, 사측은 9785원으로 여전히 835원이나 차이가 났다. 이에 최저임금위는 최종 결정을 이달 18일 이후로 미뤘다.

따라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시행 이후 ‘역대급 지각 결정’이란 오점을 남기게 됐다. 그동안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 이후 최저임금 심의가 가장 늘어진 때는 2016년으로 당시 심의기간은 108일이었다. 하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은 오는 18일 결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심의기간이 109일에 달하게 된다.

최저임금이 이처럼 ‘지각 결정’되는 데는 공익위원들의 소극적 태도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최저임금위에선 노사 합의가 안 되면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해 결정을 서둘렀다. 법정시한(6월 29일) 내 최저임금이 결정된 지난해에는 노사 양측이 4차 수정안을 낸 뒤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는 노사가 6차 수정안을 냈는데도,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제도가 허용하는 시간까지 최대한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취지다. 물론 취지는 좋지만 노사가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안이한 판단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노사가 18일에도 합의를 못하면 결국엔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고 표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공익위원들이 손을 놓자 최저임금 결정이 하염없이 미뤄지는 상황 자체가 현재 최저임금 결정 방식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9명씩 참여한다. 노사가 맞서는 상황에서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실제 노사 모두 흥정하듯 최저임금 호가를 부르는 사례가 많다. 노동계는 일단 요구안을 높여 부르고 사용자 측은 동결을 요구하다가 서로 밀고당기기를 하면서 차이를 좁히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하는 타협안도 설득력 있는 근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이렇게 매년 인상되는 최저임금은 영세 자영업자에게 치명타가 될 때가 많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