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하던 소방대원들도 2차 산사태 노출, 구급차 박살나
가족 추모하러 왔던 일가족 4명 중 2명 사망, 2명 부상
[현장] '일가족 참변' 논산 산사태 현장은 아수라장 "평생 처음 봐"
"구조하러 올라가는데 갑자기 천둥소리가 나면서 오른쪽 산이 흘러내리기 시작했어요.

"
산사태가 나 일가족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충남 논산시 양촌면 논산시립납골당 사고 현장 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14일 오후 7시 30분께 사고 현장은 산에서 쏟아진 토사물과 부서져 버린 나무 데크 계단, 시설물이 뒤엉켜 한발짝도 발길을 옮길 수가 없었다.

산사태 피해로 앞 범퍼와 창문이 깨진 구급차들이 견인을 기다리는 사이, 소방대원들과 굴착기 작업자들은 소방차 위로 쓰러진 10m가 훌쩍 넘는 소나무를 드러내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산에서 쏟아져 내리는 빗물과 토사물로 생긴 발목 높이의 진흙 수렁이 작업을 더디게 해 대원들은 연신 구슬땀을 흘렸다.

야산 비탈면에서 토사가 쏟아져 내려 건물이 붕괴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이날 오후 4시 2분께.
납골당 건물에 있던 70대 노부부 등 일가족 4명은 건물이 무너지며 순식간에 흙더미에 파묻혔다.

오후 4시 23분께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오른쪽 산기슭에서 또다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산사태가 재발했다.

매몰자 구조에 나섰던 논산소방서 김대형 소방위(44)는 "산사태 사고 현장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오른쪽 산기슭에서 '쾅'하는 소리가 나며 바위와 흙들이 옆으로 떠내려가는데 너무 빨라서 보이지도 않았다"며 "사방에서 쏟아지는 토사물로 한동안 움직이지도 못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아래쪽에 주차했던 구급차가 다 부서져 있었다"고 말했다.

추가 산사태 위험을 무릎 쓴 구조대의 구조작업으로 이날 오후 5시 23분부터 10분 사이 4명을 구조했지만, 노부부 2명은 결국 숨졌다.

신고자였던 이들의 손자(21)와 60대 친척은 다리와 팔 등에 골절상을 입고 전북과 대전의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이들은 이날 가족 합장과 추모를 위해 다 같이 이곳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논산시립납골당 밑에서 한평생을 살았다는 주민 구모(54)씨는 "비교적 지대가 높은 곳이라 비가 많이 와도 사고가 많지 않은데 이런 산사태는 나도 평생 처음 본다"며 "피해자들이 추모하러 왔다가 변을 당했다고 들어 너무 슬프고 마음이 불편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산림 당국은 이날 오후 8시 공무원 35명, 소방대원 25명 등을 투입해 산사태 피해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오후 7시까지 논산(연무)지역 강수량은 전날부터 내린 비를 포함해 모두 3255mm에 달했다.

산사태가 발생하기 30분 전인 이날 오후 3시 30분께도 논산지역에는 시간당 48.5mm의 세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