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호텔에서 양자 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호텔에서 양자 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4일 인도네시아에서 약 1년 만에 양자 회담을 했다. 한·미·일 밀착에 따른 중국의 견제와 대만 문제 등으로 냉각기를 보낸 한국과 중국이 관계 개선에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박 장관은 이날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왕 위원과 자카르타 샹그릴라호텔에서 약 45분간 회담했다. 건강 문제로 불참한 친강 중국 외교부장을 대신해 중국 측 대표로 나선 왕 위원은 중국의 실질적 ‘외교 1인자’다. 외교부장이던 지난해 8월 중국 칭다오에서 박 장관과 대면 회담을 가졌다. 양국 장관급 이상 인사가 회동한 것은 올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정상 간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또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기반해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고위급 교류의 중요성에도 양측이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외교안보대화, 차관급 전략대화, 차관급 인문교류촉진위 등 다양한 수준에서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 박 장관은 왕 위원에게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복귀하는 것은 한·중 간 공동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각급에서 소통을 강화해 나가자는 데 공감했다. 양측은 또 한·일·중 3국 간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긴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장관·정상회의 등 3국 협력 협의체의 재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이날 한·중 회담에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3국 외교장관 회담도 가졌다. 박 장관은 지난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북한의 잇따른 도발을 억제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일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남중국해 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이자 국가주권·영토보전·정치적 독립 존중이란 국제질서의 근본 원칙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김동현/맹진규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