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이 쌍방울 지원 보증 약속…이재명에 보고 다 됐다고 해"
"기업가로서 승부수 던진 것"…혐의 부인 이화영에 "다 내려놓으시라"

2019년 당시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보낸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국내로 압송된 지 약 6개월 만인 지난 11일 대북송금 경위를 상세히 증언했다.

그는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 39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상의해 대북송금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대북송금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향이 컸다고 진술했다.

北에 800만 달러 보낸 김성태, 법정 첫 증언서 밝힌 송금 이유
◇ 김여정 마음에 든 쌍방울 내의, 대북사업에 눈 뜬 김성태
1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행사에 참여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호텔에 전시됐던 쌍방울 속옷을 보고 칭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같은 해 4월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이 성사되자 북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해 8월 평소 친분 있던 이화영 당시 쌍방울 사외이사가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취임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대북사업에 눈을 뜨게 됐다.

김 전 회장은 "제가 이화영 선배한테 '북한은 추우니까 쌍방울 내복 1천만불어치 물량을 기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로부터 얼마 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로부터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불을 경기도 대신 내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북송금을 추진한다.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은 2018년 10월 이 전 부지사가 방북해 북한과 합의한 6개 교류협력 사업 중 하나로, 경기도가 황해도 지역의 1개 농장을 농림복합형 시범농장으로 지정해 개선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北에 800만 달러 보낸 김성태, 법정 첫 증언서 밝힌 송금 이유
◇ "이화영, 내복 팔아 스마트팜 500만 달러 대납해달라"
김 전 회장은 2018년 10∼11월경 김 전 회장은 방북하고 돌아온 이 전 부지사로부터 "북한 김성혜가 '스마트팜 사업을 인도적 지원으로 500만불 정도 해줄 수 있냐'고 제안해 '좋다'고 이야기했는데, 서울에 와보니 북한 제재로 현금 지원을 해줄 수 없어서 머리가 아프다.

쌍방울이 내복 지원하기로 한 거를 팔아서 그 돈으로 스마트팜 지원해주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의 말이 마치 '영화'처럼 느껴졌다는 김 전 회장은 방용철 쌍방울 그룹 부회장을 대북 브로커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과 함께 중국으로 보내 북 정찰총국 출신 대남공작원 리호남을 만나보게 했다.

北에 800만 달러 보낸 김성태, 법정 첫 증언서 밝힌 송금 이유
방 부회장이 찍은 리호남의 사진을 이 전 부지사에게 보내 "이 사람이 맞느냐"는 확인받은 뒤에야 김 전 회장은 2018년 12월 중국에서 북측 조선아태위원회 김성혜 부실장을 직접 만나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를 대신 내주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온다.

그는 이후 경기도가 추진한 도지사 방북을 위한 의전비 등 북한이 요구한 300만 달러도 대납했다고 했다.

◇ "대북송금은 쌍방울 미래를 위해 건 승부수…'그분' 영향 컸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4월경 임직원들을 시켜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하거나 환치기하는 등 총 800만 달러를 불법적으로 북한에 보냈다.

그는 일종의 '베팅'이라고 했다.

"쌍방울 미래를 위해 승부를 한 번 본 거고, 이화영 선배 혼자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할 일은 없었죠. (…) 그분(이재명)을 지지하기도 했고, (유력 대권 후보였던) 그분 때문에 돈을 보낸 것이 컸어요.

"
경기도가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보증·지원해 도는 정치적 이익, 쌍방울은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된다는 이 전 부지사의 설명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도지사도 쌍방울이 북한에 돈 보낸 걸 아느냐. 모두 보고됐냐"는 질문을 했고, 그때마다 이 전 부지사는 "다 말씀드렸다"고 답했다는 게 김 전 회장의 주장이다.

北에 800만 달러 보낸 김성태, 법정 첫 증언서 밝힌 송금 이유
그는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북한 조선아태위와 협약한 뒤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이재명 대표와 통화한 사례도 언급하며 "(도지사에게) 앞으로 북한 관련된 일을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고, (도지사는) '열심히 하시라'고 답했다"고 당시 기억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경기도지사 관사에서 이 대표와의 만남도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세 차례 추진했으나, 그때마다 사정이 생겨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 대북송금 연루 의혹 부인하는 이화영·이재명
지난 11일 재판에서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를 향해 "이화영 선배 (법인카드 제공해 준 것) 때문에 우리 직원 열 몇 명이 (유죄) 선고받았다.

이제는 본인도 좀 내려놓을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하며 당일 증언을 마쳤다.

그는 오는 18일 다시 한번 법정에 나와 변호인 측 신문을 받을 예정이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그룹의 비리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의혹이 제기되자 "쌍방울의 대북 송금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위해 쌍방울이 북한에 금전을 제공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北에 800만 달러 보낸 김성태, 법정 첫 증언서 밝힌 송금 이유
이재명 대표 역시 모든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김 전 회장과 통화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난 2월 "검찰의 신작 소설이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다"고 반박하며 "그날 저녁 만찬 자리(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이 전 부지사가 전화를 바꿔 줘서 통화를 했다는 것인데 명색이 부지사가 그날 제가 재판받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런 전화를 바꿔줄 일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이 이 전 부지사나 이 대표에 대한 뇌물(제3자뇌물)에 해당하지를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 4월부터 이 전 부지사를 소환해 조사 중이며, 김 전 회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이 대표 등 당시 경기도 고위 공무원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할 전망이다.

/연합뉴스